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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통일로 미래로] 예술로 본 북한 인권 창작 오페라 ‘냉면’
[앵커]지난 20일 유엔은 북한의 인권 침해를 규탄하는 결의안을 20년 연속 채택했습니다.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조치를 촉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요.북한 인권 문제는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수준으로 꼽히지만, 그 실상을 제대로 알기에는 아직도 어려운 형편입니다.이런 가운데 탈북민의 진술을 토대로 북한의 인권 문제를 유쾌하게 예술로 풀어낸 작품이 무대에 오른다고 합니다.연극이나 증언대회가 아닌, ‘냉면’이라는 이름의 오페라인데요. 첫 공연을 앞두고 연습에 한창인 현장을 장예진 리포터가 다녀왔습니다. 함께 보시죠. [리포트]북한이 민족을 대표하는 먹거리로 손꼽는 음식, 바로 ‘냉면’입니다. [조선중앙TV : "민족적 정서가 짙은 놋그릇에 육수와 동치미 국물을 담아내는 민족 음식이라는 것입니다."] 냉면을 즐겨 먹는 것은 남녘에서도 다를 바 없죠.이처럼 냉면은 지역과 문화의 경계를 넘어 남과 북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대표적인 요리인데요.냉면을 소재로 ‘북한 인권’을 다룬 오페라가 개막을 앞두고 막바지 총연습에 돌입했습니다. ["어화둥둥 냉면이야 사랑사랑 열리어라."] 작품 냉면은 단순히 맛있는 음식 이야기가 아니라, 남과 북의 현실을 은유적으로 담아낸 창작물이라고 합니다. [임창호/북한인권과민주화실천운동연합 이사장 : "부인을 못 만나고, 그리고 딸은 엄마를 그리워하고, 남북의 갈라진 상황 가운데서 그래서 냉면 한 그릇에 아름다운 이야기가 될 수도 있지만 북한 인권의 이야기가 묻어 나오는 오페라다."] 이 작품은 탈북민 일가가 한국에 정착하는 과정을 유쾌하게 표현했다고 하는데요. 창작 오페라라는 새로운 그릇에 담아낸 이번 냉면, 과연 어떤 맛일까요? 오페라 ‘냉면’은 1년여의 제작 과정 끝에 초연을 앞두고 있는데요.오페라단을 이끄는 안지환 단장을 만나 작품의 줄거리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안지환/오페라 ‘냉면’ 총 예술감독 : "탈북민이 한국에 와서 새로운 인연을 만나서 그래서 냉면 식당을 아주 성공적으로 여는 그런 이야기인데 남북이 함께 이룬 맛있는 이야기예요."] 연구실에선 막바지 회의가 한창이었는데요.작품 구성 단계에 참여했던 제작진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시나리오를 집필한 김문광 작가와 안무를 창작한 이정연 교수는 이번 작품 참여가 여느 때보다 특별했다고 전했습니다. [이정연/오페라 ‘냉면’ 안무가 : "우리 탈북민들이 갖는 또 다른 환경에 있어서의 삶에 대한 고단한 여정 같은 것들 이런 것들을 만날 수 있어서 굉장히 특이한 경험이었다."] 북녘에 아내를 두고 온 주인공 ‘봉철’의 애환을 담아내기 위해 여러 사연을 취재했던 순간들도 기억에 남는다고 합니다. [김문광/오페라 ‘냉면’ 극본가 : "저쪽 사람이 이쪽으로 전화하게 하고 이쪽 사람은 이쪽에 전화하게 하고 그래서 전화를 이렇게 맞대게 하면 이렇게 서로 통화가 되잖아요. 이걸 ‘뽀뽀전화’라고 하더라고요."] 이처럼 북한 주민들이 쓰는 말과 음식 조리법을 연구해 극의 현실감을 높인 김문광 작가. [김문광/오페라 ‘냉면’ 극본가 : "(작가님 이거는 어떤 건가요?) 북한에서 실제로 사용되고 있는 은어들을 모아 놓은 파일이에요. (여기 보니까, ‘무 3형제’라는 게...) 무 하나만 갖고도 여러 가지 반찬을 만드는 거예요. 그래서 보면 뭇국, 무김치, 무짠지, 이걸 다 합쳐서 ‘무 3형제’라고 한다는 것입니다."] 안무가, 이정연 교수는 극의 전개와 조화를 이루도록 안무를 고안했습니다. [이정연/오페라 ‘냉면’ 안무가 : "스토리 자체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아주 자연스러운 움직임들로 구성했습니다."] 탄탄하게 구성된 대본에는 모두 22곡의 창작 음악이 더해졌습니다.주인공은 북한의 냉면 맛을 그리워하는 실향민 노인의 도움을 받아 아내를 탈북시키는데요. ["한입 들이키면 쌉싸름하고 시원한 끝맛이 정수리까지 솟구쳐 돌아오는 내 고향 국수."] 가족에 대한 연민이 대사와 음악에 절절이 묻어납니다. 관객들에게 보다 친숙하게 다가가기 위해 음악에 국악 리듬을 활용하고, 대중음악 요소도담아봤다고 하는데요.일주일도 채 남지 않은 초연을 앞두고 막바지 연습에 한창인 모습, 함께보시죠. 오페라 '냉면'의 연습 현장입니다.공연에는 성악가와 합창단 등 90명의 인력이 참여해, 110분간 진행될 작품을 선보이는데요. ["(단장님, 오늘 어떤 연습 중이에요?) 오늘 런스루(전체연습) 연습 날인데, 지금 런스루 전에 한 시간 동안 합창과 안무 지도를 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역할에 몰입한 배우들과 연출가는 대사와 노래, 동작 하나하나에 열정을 쏟아부으며 각 장면을 완성해 나갔습니다. [권호성/오페라 ‘냉면’ 연출가 : "탈북민들의 정서라든가 언어라든가 말투 또 거기 단어라든가 이런 부분들에 있어서 조금 더 저희가 고증하고 그런 부분을 최대한 관객들한테 비슷하게 보이게끔 노력을 했던 것 같아요."] 식당 주방장이 봉철의 딸 영식을 협박하는 장면에서는 긴장감이 절로 높아집니다. ["네, 엄마가 북한에 멀쩡히 살아있다고. 돈 벌어서 데려오려 한다고. (엄마 혼자 해냈지, 맛있는 음식은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거야.)"] 배우들은 이번 작품을 통해 탈북민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쌓아 갔는데요.탈북 브로커 역을 맡은 서무진 테너가 인상 깊었던 장면을 회상합니다. [서무진/오페라 ‘냉면’ 배우 : "‘그만 이거 뽀뽀전화요. 이러다 걸리면 아무도 모르는 데로 영영 끌려가요’ 이런 장면이 있거든요. 극으로 흘러가다 보니 저도 모르게 감정이 좀 더 공감을 하고 마음이 아픈 면도 있고..."] 봉철의 딸 영실 역의 김채선 소프라노에게도 잊지 못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김채선/오페라 ‘냉면’ 배우 : "극 중에서 제 가족이 탈북하는 장면인 프롤로그 장면 첫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제가 살면서 겪어본 적이 없는 그런 목숨을 건 탈북 장면이기 때문에..."] 이들은 이번 오페라를 통한 관심이 변화를 위한 작은 시작이 되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안대현/오페라 ‘냉면’ 성악가 : "그냥 관심을 한번 주고 이런 게 아니라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오페라를 통해서 관객과 소통하면 조금이라도 그런 관심이 생겨날거라고 생각해서..."] 탈북민의 현실과 북한 인권이라는 무겁고 어려운 주제를, 오페라라는 새로운 형식으로 풀어낸 노력이 결실을 맺을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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