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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기자수첩] 임대인과 임차인, 퇴로가 필요하다
전세 시장에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전세보증 가입기준을 강화한 이후 임대인도, 임차인도 적응해야 할 일이 많아졌다. 일로 알게 된 취재원의 이야기라고만 하기에는 너무 주변의 일로 번졌다. 대학 시절 절친한 친구 A의 경험은 이 같은 변화를 잘 보여준다. A는 인천 미추홀구에 거주하고 있는데 그는 몇 년 전 전세제도를 통해 이곳 빌라에 들어가 대학 생활을 마쳤다. 그는 최근 서울에서 일자리를 구하자 전셋집을 청산하고 서울에서 오피스텔을 구하길 원했다. 그러나 전세보증 기준이 강화되면서 뜻밖의 상황을 마주쳤다. 전세사기가 다수 발생한 미추홀구에서 전셋집이 나가기 위해서는 보증보험 가입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몇 년 전 A가 계약한 금액대로 보증금을 돌려줄 수 없는 집주인은 세입자가 나타날 때까지 기다리자고 했다. 물론 다음 세입자는 몇 달째 나타나지 않고 있다. 누군가는 HUG의 기준 강화가 전세사기를 줄이고 시장을 월세로 재편해 안정화하려는 취지라고 말한다. 이 같은 목적은 분명 중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임대인들은 보증금을 돌려줘야 할 자금을 마련하기 어려워지고, 임차인들은 선택지가 줄어드는 상황을 마주하고 있다. 특히 A의 사례처럼 비아파트 시장에서는 공시가격 대비 전세가율이 높은 주택들이 보증 가입 기준에 걸려 더 큰 영향을 받고 있다. 실제로 수도권에서는 월세 비중이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사실 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엇갈린다. 월세화가 장기적으로는 시장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는 의견도 있지만 세입자에게 당장 더 많은 비용 부담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필요한 건 조금 더 부드러운 변화다. 임대인과 임차인이 새로운 기준에 적응할 시간을 줄 필요가 있다. 역전세로 자금 부담이 큰 임대인들에게는 금융 지원이나 정책적 배려가 필요할지 모르고, 세입자들에게는 월세 상한제와 같은 보호장치가 도움이 될 수도 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이 변화가 모두에게 너무 가파르지 않도록 조율하는 일이다. 변화는 어쩔 수 없이 따라가야 할 일일지 모른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누구도 불필요하게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은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길을 찾을 때다. A는 아직은 의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냥 먼 곳에서라도 회사를 다니면 되지 않느냐고. 사실 그 이야기를 하는 그의 목소리에서 떨림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모든 임차인과 임대인에게 내 친구만큼의 의연함을 바라는 것은 이상한 일 아닐까. 모두를 위한 전세시장의 퇴로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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