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집단행동에 동참하지 않고 복직한 의사와 의대생 명단을 작성해 인터넷상에 게시한 전공의에 대한 첫 공판에서 검찰과 전공의 측 변호인이 스토킹 범죄 여부를 놓고 대립했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3단독(판사 이용제)은 오늘(22일) 오전, 스토킹 범죄 처벌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 된 사직 전공의 정 모 씨에 대한 1차 공판기일이 열렸습니다. 정 씨 변호인은 “객관적 사실관계는 인정하고, 피해자들에 대해 송구하다”면서도 “스토킹 범죄 처벌법상 스토킹으로 평가되기 어렵다”고 주장했습니다. 변호인은 “일반적인 스토킹 범죄와는 너무나 다른 사건이다”면서 “피해자들을 명단에 게시한 행위 외에 피해자들에게 해를 가한 행위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피해자 가운데 13명은 공포심과 불안감을 느끼지 않았다는 내용의 탄원서를 내기도 했다”고 덧붙였습니다. 반면 검찰은 “온라인에서 개인정보를 게시하는 스토킹에 해당하고 ‘사이버불링(인터넷 상의 집단 괴롭힘)’이라고 한다”며 맞섰습니다. 검찰은 “전공의 집단행동에 동참하지 않은 사람들을 비난받게 하려고 게시됐고, 동참하지 않으면 명단을 추가하겠다고 밝혔다”면서 “온라인 좌표 찍기 성격을 갖고 있다”고 반박했습니다. 이어 “게시글 어디에도 정책에 대한 논의는 찾아볼 수 없다”면서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정책에 대한 반대를 넘어 왜곡된 인식으로 동료 의사들을 비난할 의사가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오늘 재판에는 정 씨 측 보석 석방 신청에 대한 심문도 같이 진행됐습니다. 사직 전공의 정 씨는 “관련 기록이 7천 장 정도 되는데 구치소로 반입이 불가하고, 제가 1,100명의 이름을 기억할 능력이 안 된다”면서 “방어권에 많은 제한이 있어서 보석을 허가해 주면, 재판에 성실히 참석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오늘 재판에는 법정이 열리기 전부터 재판을 방청하기 위해 40여 명이 몰렸습니다. 정 씨는 지난 7월, 온라인 커뮤니티 ‘메디스태프’와 메신저 텔레그램 등을 통해 의료계 집단행동에 동참하지 않은 의사와 의대생의 실명과 병원, 학교 등을 적어 이른바 ‘감사한 의사’ 명단을 여러 차례 게시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감사한 의사’는 다수 전공의의 현장 이탈에 동조하지 않고 근무 중인 소수 의사를 비꼬는 표현입니다. 당초 정 씨는 경찰 수사에서 개인정보보호법 등 혐의로 입건됐으나 경찰은 정 씨가 당사자 의사에 반해 개인정보를 온라인에 게재하는 등 지속·반복적인 괴롭힘 행위를 했다고 보고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지난 10월 구속기소 됐습니다. 정 씨 구속은 의대 증원과 관련해 정부와 의료계가 반 년 넘게 갈등을 빚은 가운데 발부된 첫 구속 사례입니다.[사진 출처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