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k
뉴데일리경제
‘인턴’도 성과급 받을 수 있을까…판결 가른 ‘이것’ [판결남]
대법원까지 올라가는 사건은 많지 않습니다. 우리 주변의 사건들은 대부분 1, 2심에서 해결되지만 특별한 사건이 아니면 잘 알려지지 않는 게 현실이죠. 재판부의 고민 끝에 나온 생생한 하급심 판례, 눈길을 끄는 판결을 소개합니다. 요즘 기업들, 수습 기간 성과에 따라 정규직 전환이 결정되는 ‘인턴’ 제도를 상당수 도입하고 있죠. 그런데 기업이 정규직 근로자들에겐 통상 지급하는 성과급을 인턴에게만 지급하지 않았다면 이건 위법일까요? 만약 인턴들이 정규직 근로자와 똑같은 일을 하고 있었다거나, 아예 인턴이 따로 독립된 일을 맡고 있었다면 또 어떨까요? 이런 쟁점이 다뤄진 최신 하급심 판결을 소개해 드립니다.■ ‘채용형(정규직 전환형) 인턴’에겐 성과급 안 줘한국조폐공사는 2009년 이후 인턴을 채용해 왔습니다.인턴 제도는 크게 두 종류입니다. 처음부터 정규직으로 채용하지 않고 일정한 수습 기간을 거친 후 정규직 전환 여부를 결정하는 이른바 ‘채용형(정규직 전환형) 인턴’, 그리고 말 그대로 인턴을 체험 목적으로 하는 ‘체험형 인턴’으로 나뉘는데요.공사는 2014년 이전에는 체험형 인턴을 주로 뽑았습니다. 하지만 2014년부터는 정부 지침에 따라 채용형 인턴 제도를 도입했습니다.채용형 인턴들은 입사 이후 사실상 정규직처럼 일했고, 2개월 내지 5개월의 기간을 거친 후 상당수가 정규직 근로자로 채용됐습니다.실제로 2014년부터 2022년까지 조폐공사에서 인턴으로 일한 사람들 가운데 정규직 근로자로 일하기를 원한 사람들은 1명을 제외하고 모두 정규직으로 바뀌었습니다. 공사는 이 기간에는 별도의 신입직원 공개 채용 제도를 운용하지 않았습니다.그런데 공사는 매년 공사 근로자들에게 성과급을 지급해 왔습니다. △정규직 근로자로 재직하기만 하면 지급하는 고정상여금인 기타성과급 △경영평가성과급 △근무성과에 대한 평가를 거쳐 지급되는 상여금인 내부평가성과급 등이었는데요, 인턴들에게는 이러한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았습니다.채용형 인턴으로 입사해 정규직이 된 근로자들은 2022년 조폐공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습니다.■ 채용형 인턴 “왜 인턴 기간 중 성과급 안 줘?…정규직과 차별 처우”근로자들은 “공사 소속 정규직 근로자들과 같거나 비슷한 일을 했는데도 인턴 내지 계약직 근로자로 일한 기간 성과급을 지급받지 못했다”면서, “이는 정규직 근로자들과 비교해 ‘차별적 처우’를 한 것이고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습니다.그러면서 “이런 차별적 처우가 없었다면 받을 수 있었던 성과급을 달라”고 요구했습니다.이들이 근거로 든 조항은 근로기준법 제6조와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 제8조 제1항이었습니다. 근로기준법 제6조(균등한 처우)사용자는 근로자에 대해 남녀의 성(性)·국적·신앙·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근로조건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하지 못한다.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8조(차별적 처우의 금지)①사용자는 기간제근로자임을 이유로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에 종사하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에 비해 차별적 처우를 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이 재판의 핵심 쟁점은 △‘인턴’이 근로기준법상 사회적 신분인지 △비슷한 근로자들과 비교해 ‘차별적 처우’가 있었는지였습니다.■ 한국조폐공사 “정규직과 다른 업무 수행…기간제 근로자도 아냐”우선 공사 측은 재판에서 근로기준법 위반이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공사는 “성과급을 인턴 기간 중 주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근로기준법 제6조는 ‘특정한 인격적 표지(성, 국적, 신앙)나 이에 준하는 인적 속성(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한 차별금지 원칙을 규정한 것”이라면서, “이른바 ‘인턴’은 고용 형태나 채용 경로에 따른 지위에 불과하고 사회적 신분이라고는 볼 수 없다”고 맞섰습니다.이어 기간제법 위반도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공사는 “채용형 인턴은 문언과 달리 피고와 정규직 근로계약을 체결하면서 수습 기간에 대해 인턴이라는 명칭을 사용한 것에 불과하다”며 인턴들이 기간제 근로자가 아니었다는 취지로 주장했습니다. 또 “만약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된다고 해도, 원고들이 이미 인턴 근무 당시부터 정규직 근로자와 다른 처우를 받은 사실을 알고 있었으므로 이미 청구권이 소멸했다”라고도 주장했습니다.이어 “채용형 인턴 출신 근로자들이 성과급을 지급받지 못한 것은 취업규칙에 따른 것이고, 채용형 인턴 경력 원고들은 과거의 정규직 근로자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근로조건을 인지하고 스스로 채용 절차에 응시한 것”이라며 차별이 아니라는 주장도 폈습니다.■ 법원 “채용형 인턴에 정규직과 동일한 업무…성과급 미지급은 차별”1심 법원은 근로자들 손을 들어줬습니다.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8부(부장판사 김도균)는 한국조폐공사가 채용형 인턴 출신 근로자들에게 인턴 기간 받지 못한 성과급 100만 원에서 500여만 원씩을 각각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근거는 같은 업무를 하는 근로자 사이의 차별적 처우를 금지한 기간제법 조항이었는데요. 재판부는 우선 기간제법상 ‘차별적 처우’가 있었는지 판단하기 위해 채용형 인턴에서 전환된 근로자들과 기존의 정규직 근로자를 비교 대상으로 삼았습니다.재판부는 “채용형 인턴들은 공사에 입사해 정규직 근로자들과 마찬가지로 독자적인 업무를 부여받았고, 경우에 따라 채용형 인턴 경력 원고들을 지원하기 위한 보조 인원이 배치되기도 했다”면서 정규직 근로자 전환 이후에도 기존과 동일한 부서에서 동일한 업무를 수행했다“고 봤습니다.이어 ”공사는 채용형 인턴 경력 원고들과 정규직 근로자들이 같거나 비슷한 일을 했음에도, 정규직 근로자들에 대해서는 평가대상 연도에 근무한 전체 기간에 대해 성과급을 지급한 반면, 채용형 인턴 출신 원고들에 대해서는 인턴 기간을 제외한 나머지 기간에만 성과급을 지급한 점에서 차별적 처우가 존재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법원 ”차별에 정당한 이유 없어…못 받은 성과급 지급해야“그러면서 법원은 ”이런 차별에는 합리적 이유가 없고,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는 점도 명확히 했습니다.재판부는 ”채용형 인턴들도 2014년도 이전의 정규직 근로자 신규 채용과 마찬가지로 국가직무능력표준(NCS)을 기반으로 채용 절차를 진행했고, 이들은 정규직 근로자와 마찬가지로 특정 직무 직렬 업무를 수행했고, 대부분 정규직으로 전환돼 피고의 정규직 근로자와 별다른 차이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이어 ”해당 성과급은 법령과 보수규정 등에 따라 매년 반복적으로 실제 근무일수에 비례해 지급돼 온 근로 대가“라며 ”채용형 인턴과 정규직 근로자가 같거나 비슷한 일을 했으므로, 성과급을 지급할 때 채용형 인턴에게 지급하지 않는 방식으로 차별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보긴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아울러 ”기간제법은 시정명령 불이행에 과태료까지 부과하고 있으므로, 규정 취지에 비춰 사업주가 위 규정을 위반해 기간제 근로자와 비교 대상 근로자를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하는 경우는 위법행위로 불법행위“라고 판단했습니다.이에 공사 측은 채용형 인턴이 기간제 근로자가 아니라거나, 성과급 미지급이 취업규칙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재판부는 ”인턴 채용시 공고문에 계약기간 중 신분이 기간제 근로자임을 명확히 하고 있고, 근로계약서 역시 기간을 정하고 있다“면서, ”원고들이 채용절차 응시 당시 공사 취업규칙이 불리하게 변경됐다는 점을 알았다고 볼 증거가 없고, 무엇보다 해당 취업규칙에 의해 차별적 처우가 발생한 것이 명확하다“고 꼬집었습니다.이어 이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이 시일이 지나(소멸시효) 없어진 것도 아니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습니다.다만 재판부는 공사가 근로기준법을 위반했다는 원고 주장은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인턴이 사회적 신분이 아니고, 따라서 사회적 신분에 따른 차별도 아니라는 취지였습니다.재판부는 ”인턴 혹은 계약직이라는 지위가 성, 국적, 신앙에 준할 정도로 사회에서 쉽게 변경할 수 없는 고정적인 지위라거나, 근로자의 특정한 인격과 관련된 표지로서 일정한 사회적 평가를 수반하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인턴의 지위는 근로기준법 제6조의 사회적 신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한국조폐공사는 1심에 불복해 지난 7일 항소했고, 이 사건은 서울고등법원에 올라가 재차 다퉈지게 됐습니다.과거 인턴에게도 성과급을 지급해야 하는지를 두고 다툼이 간혹 있었지만 모두 1심에서 확정돼, 대법원이 이에 대해 판결한 적은 없습니다.

올인원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