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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fn광장] 늘봄학교, 인구변동 대책의 현명한 선택
'늘봄학교'를 아시는가? 점심만 먹고 하교하는 초등학생들을 오후에도 학교에서 가르치며 돌보는 사업이다. 2000년대 초반 정부에서는 저출산의 주요인을 엄마가 일하러 나가는 동안 아이들 갈 곳이 없음에서 찾았다. 그래서 어린이집을 대폭 확대하기 시작했다. 유아교육법상 학교인 유치원 수를 갑자기 늘리는 작업은 법적 제약 등 한계에 직면할 수밖에 없었다. 반면 영유아보육법상 사회복지시설인 어린이집 확대는 상대적으로 수월했다. 그래서 현실적으로 엄마의 일·가정 양립을 가능케 하는 수단으로 어린이집 확대를 추진했다. 결과는 절반의 성공이다. 일단 아이가 오후 늦게, 때로는 저녁 7~8시에도 머물 곳이 생겼다. 지금은 오히려 급증한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합치려는 유보통합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이미 어린이집 사무가 보건복지부에서 교육부로 와 있다. 어찌 됐든 어린이집은 사회적 돌봄체계로서 성공작이다. 부모의 일·가정 양립과 돌봄에 대한 아이의 욕구 충족이 가능해졌다는 의미에서다. 그런데 아이가 초등학생이 되는 순간 상황이 돌변한다. 학교에서 점심을 먹은 아이들의 대다수가 갈 곳이 없다. 초등돌봄교실과 방과후과정이 20여년간 있었다. 그러나 수적으로 많이 부족하다. 그래서 '초등돌봄절벽'이라는 말이 생겨났다. 어린이집 확대를 통한 사회적 돌봄체계가 절반의 성공임을 설명하는 개념이다. 게다가 초등생 아이는 교육에 대한 욕구를 더 갖는다. 많은 부모들은 학원을 선택한다. 그 결과 사교육비 부담이 만만치 않다. 게다가 초저출생은 미래 세대 노동력의 양적·질적 보존에 대한 필요성을 만든다. 그나마 적게 태어나는 아이들의 방과후 동선이 부모의 지불능력에 따라 달라지면 미래에 필요한 양질의 노동력 확보에도 막대한 지장이 생긴다. 점점 증가하는 이주배경인구 아이들을 한국 사회의 인재로 육성해야 하는 상황에도 몰리고 있다. 사회적 돌봄체계로 어린이집 확대를 통해 거뒀던 절반의 성공을 완성하려는 시도가 늘봄학교이다. 아이들의 성장 과정에 맞춰 돌봄에 교육을 더한 사회적 교육·돌봄체계가 늘봄학교이다. 초등돌봄절벽을 없애는 늘봄학교가 정착함과 더불어 부모는 일·가정 양립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더욱 많이 갖게 된다. 사교육비 부담도 줄어들 수 있다. 학원을 전전하는 아이에게는 학교 안에 안전하게 머물면서 보살핌을 받고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돌봄 중심 초등돌봄교실과 교육 중심 방과후과정을 합쳐서 만드는 게 늘봄학교이기 때문에 사회적 교육·돌봄체계가 완성되는 것이다. 대다수 부모들이 늘봄학교 확대를 반기고 있다. 교육청의 늘봄지원센터와 학교 내 늘봄지원실이 속속 도입되면서 교사들의 부담도 감소하고 있다. 아이들이 더욱 행복해지고, 부모의 사교육비 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 늘봄전담사와 늘봄강사 일자리 창출에 대한 기대도 있다. 부모들이 여전히 장시간 노동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늘봄학교와 마을돌봄이 만들어내는 협력 네트워크 구축도 진행 중이다. 우리는 지금 사상 초유의 급속한 인구변동 앞에 서 있다. 초저출산, 초저출생, 초고령화 현상이다. 취업활동인구 규모가 급속히 감소하면서 인구 고령화로 인한 부양 부담이 급증하고 있다. 60%가량인 여성고용률을 선진국 수준인 80% 정도로 높일 수 있는 중요한 통로가 늘봄학교이다. 늘봄학교에서 하는 오후 교육·돌봄이 엄마의 경력단절을 예방할 것이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양질의 교육과 돌봄을 경험한 아이들은 우리 사회의 미래를 보장할 수 있는 유능한 인재로 성장할 것이다. 초저출산, 초저출생, 초고령화가 가져오는 인구변동에 늘봄학교로 완성되는 사회적 교육·돌봄체계로써 대응할 때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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