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 등 韓 기업 사장단 "규제 입법보단 경제 살리기가 우선"
[파이낸셜뉴스] "환자의 환부만 제거해야지 팔 다리 전체에 손을 대는 교각살우(소의 뿔을 바로 잡으려다가 소를 죽인다는 뜻)'의 우를 범해선 안 된다."
김창범 한국경제인협회 상근부회장()은 21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국경제 재도약을 위한 주요 기업 사장단 긴급 성명' 발표회에서 야당을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는 '이사 충실의무 확대' 등이 포함된 상법 개정안과 관련해 이같이 주장했다.
상법 개정안 추진 대신 소액 주주를 보호하기 위해 김 상근부회장은 "피해를 방지할 제도적 장치를 자본시장법상에서 사안별로 핀셋형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22대 국회에선 상법 개정안을 포함해 기업지배구조 규제 강화 법안이 계류돼 있어 경제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14일 야당이 상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채택한 후 한국경제인협회를 포함해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등 경제 8단체는 반대 입장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날 현장에는 삼성, SK, 현대차, LG 등 4대 그룹을 포함한 주요 그룹 사장단 16명이 참석해 "국회는 최근 논의되고 있는 상법 개정 등 각종 규제 입법보다 경제살리기를 위한 법안과 예산에 더욱 힘써 달라"고 재차 호소했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기업의 경영 합리화를 위한 사업 재편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발생할 수 있는 소수주주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 정비는 필요하다"면서도 "상법 개정은 기업경영 전반에 상당한 차질을 야기할 수 있으므로 자본시장법 개정 등 다른 방식의 접근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많은 기업들은 소송남발과 해외 투기자본의 공격에 시달려 이사회의 정상적인 운영이 어려워지고, 신성장동력 발굴에도 상당한 애로를 겪을 것"이라며 "결국 기업의 경쟁력이 크게 훼손될 수밖에 없고, 이는 우리 증시의 밸류다운으로 귀결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사장단들은 "정부는 경제 활성화를 위한 과감한 규제 개혁을 추진하고, 우리 경제가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도록 인공지능(AI), 반도체, 배터리, 모빌리티, 바이오, 에너지, 산업용 소재 등의 분야에 힘을 더해주시길 바란다"며 "보호무역주의 분위기 속에서 각국이 첨단산업 지원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만큼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도록 지원을 서둘러 달라"고 촉구했다.
김 상근부회장은 "왜 현 시점에서 이런 성명을 냈는지 한번 쯤 다들 돌아봐 줬으면 하는 간절함이 있다"며 "야당에서도 경제단체를 중심으로 해서 이야기를 듣는 자리를 마련한다고 하니 의견 수렴이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