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 불씨 살린 이재명…정치권 파장은?
[앵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사법리스크 부담을 일부 덜면서 정치권에도 파장이 일고 있습니다. 민주당은 이 대표 입지를 다지면서 향후 정부 여당과 검찰을 향한 공세를 펼 것으로 예상되고, 국민의힘은 이 대표의 남은 사법리스크를 강조할 것으로 보입니다. 정치부 김진호 기자와 함께 이야기 나눠봅니다. 김 기자, 먼저 오늘 선고 내용은 나왔는데 사건 배경이 복잡하거든요. 이것 먼저 정리를 해야할 거 같아요. [기자] 네, 오늘 위증교사 1심 판결은 크게 3가지 장면을 중심으로 벌어진 사건입니다. 첫 번째로는 2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2002년, 이재명 대표가 당시 변호사를 하고 있었던 때고요. 그때 KBS <추적60분> PD가 성남시장에게 취재 목적으로 전화를 했는데, 검사를 사칭을 합니다. 여기서 이재명 당시 변호사가 그 옆에 있었고, 검사사칭 공모 혐의가 인정돼 벌금 150만원을 확정 받았습니다. 이것이 이른바 '검사사칭 사건'입니다. 두 번째 장면, 2018년 5월 경기도지사 후보 TV토론회입니다. 여기서 '검사사칭 사건' 질문이 나오고요. 당시 이재명 경기지사 후보가 검사사칭 사건에 대해 "누명을 썼다"라고 말을 했습니다. 검찰이 이 TV토론회 발언에 대해서 허위사실 공표라고 보고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 장면, 그 선거법 위반 재판에서 오늘 리포트에서 계속 소개되는 김진성 씨가 증인으로 나옵니다. 2002년 '검사사칭' 전화를 받았던 성남시장의 수행비서였죠. 성남시장은 2015년에 사망한 상황이었고요. 이 상황에서 김진성 씨의 법정 증언을 두고 이재명 대표가 김 씨에게 위증을 교사했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이 무죄로 나왔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이 정도가 전말입니다. [앵커] 선고 이후 정치권 반응도 살펴보죠. 양당 표정 어땠습니까? [기자] 예, 이재명 대표가 법원에서 선고 직후에 나오면서 '창해일속'이란 말을 꺼냈습니다. 큰 바다에 좁쌀 하나, 라는 뜻인데요. '국민들의 어려움에 비하면 자신의 어려움은 미미하다'는 취지인데, 선고 내용이나 심경보다는 향후 자신의 정치 행보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표현이 나왔다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민주당 의원들도 선고 직후에는 눈물 흘리는 의원들까지 보였고, 환호성이 터져 나왔는데요. 재판이 오후 2시였고, 선고 직후인 오후 3시쯤만 해도 이 분위기가 이어지다가요. 민주당 최고위원 간담회를 마친 5시쯤부터는 당장 반격에 나서는 양상이었습니다. 이 때쯤 조승래 수석대변인이 "정치 검찰의 무도한 야당탄압"을 언급하면서 정부 여당과 검찰을 곧장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열흘 전 공직선거법 1심 선고 때는 민주당이 이 시간쯤까지 공식입장도 내지 않고 있던 것과는 비교되는 모습입니다. 반면, 국민의힘은 수긍하기 어렵지만 재판부 판단을 존중한다는 반응을 냈습니다. 당초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나 추경호 원내대표가 취재진 앞에서 직접 1심 선고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였는데, 무죄 선고가 나온 이후 모두 짧은 입장문으로 대신했습니다. 아무래도 국민의힘 당 내에서는 이번 위증교사 1심에서 무죄가 나올 거라는 예상이 많지는 않았던 것으로 풀이됩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페이스북에 "위증한 사람만 유죄이고 위증교사한 사람은 무죄라는 1심 무죄 판단을 수긍하기는 어렵다"고 썼고요. 추경호 원내대표도 "사법부 판단을 존중하지만, 아쉬움은 남는다"고 했습니다. 항소심 과정에서도 적지 않은 대치 국면이 예상됩니다. [앵커] 앞으로의 정치적 파장도 궁금합니다. 민주당은 이 대표의 입지를 다지는 계기로 삼을 것 같은데요. [기자] 그렇습니다. 비슷한 장면이 있습니다. 지난해 9월이었는데요. 이재명 당시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에서 가결되면서 이 대표가 궁지에 몰렸습니다. 하지만, 결국 법원이 검찰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기사회생했고, 이 때부터 이 대표의 당 장악력이 극대화됐거든요. 민주당은 앞서 10일 전 선거법 1심 선고 이후에 당 분위기가 비교적 어수선했는데, 민주당에선 지난해와 비슷한 반전효과를 기대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정부 여당에 대한 공세 수위를 더 끌어올릴 것으로 보입니다. 당장 이번주 목요일 28일에 국회 본회의가 있습니다. 여기서 김건희 여사 특검법 재표결에 나서면서 이탈표를 유도하는 모습을 보일 거 같습니다. 당 내로 시야를 좁히면 당분간은 민주당 단일대오가 예상됩니다. 특히 비명계 등과 당내 계파 갈등이 벌어질 가능성은 현재까지는 낮아 보인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입니다. 사실 선거법 1심 선고 이후에는 민주당 전 의원이 이 대표에게 사퇴하라는 요구까지 하기도 했습니다. 또 민주당 내 비명계 전직 의원들 모임인 '초일회'라는 곳이 있습니다. 초일회가 다음달 1일 잠재적 대선주자로 꼽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초청해 특강을 연다는 소식이 비중있게 보도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이 대표 체제에 균열이 생기는 거 아니냐는 예상도 있었는데요. 이번 무죄 선고 이후 비명계 인사들도 당분간은 활동 폭이 줄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이 대표가 한 숨 돌린 것 같은데, 그래도 남은 재판이 많아서 사법리스크는 여전하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일단 재판이 많습니다. 재판만 5개가 진행 중입니다. 간략히 보시면 10일 전에 1심 결과가 나온 공직선거법 재판이 있었고요. 오늘 1심 선고가 나온 위증교사 재판, 1심 진행 중인 이른바 대장동·백현동 의혹. 그리고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의혹 재판, 여기다 법인카드 유용 의혹 재판도 예정돼 있습니다. 서초동과 수원을 오가면서 재판을 계속 이어가야 합니다. 그리고 이 대표에게 중요한 선고 일정이 이번주 금요일, 29일에 또 있습니다. 대북송금 사건의 핵심인물인 이화영 전 경기부지사에 대한 항소심 선고인데요. 이화영 전 부지사가 1심에서 징역 9년 6개월의 중형을 선고받았거든요. 이재명 대표도 여기에 관여된 혐의로 기소돼 있기 때문에 사법리스크가 적지 않습니다. 특히, 이 중에서 다음 대선을 두고 가장 큰 사법리스크로 꼽을만한 재판은 10일 전에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나온 공직선거법 1심 선고입니다. 이 사건이 내년 안에는 대법원 판단까지 나올 수 있다는 전망이 있습니다. 1심 결과대로 확정된다면, 차기 대선 출마가 불가능해집니다. [앵커] 월요일 위증교사 재판에 이어서 이번주도 정치권 일정이 숨가쁘게 이어진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먼저 내일은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로 김여사 특검법이 국회로 되돌아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리고 수요일인 27일까지는 우원식 국회의장이 해병대원 순직사건 수사 외압 의혹에 대해서 국정조사 특위 위원을 선임해달라고 양당에게 요구한 바 있습니다. 관련 절차 돌입이 예상됩니다. 28일 목요일에는 앞서 말씀드린 국회 본회의에서 김 여사 특검법 재표결이 예상되고요. 이 28일 본회의날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사 3명에 대한 탄핵소추안 보고도 예상됩니다. 탄핵 사유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서 김 여사에게 무혐의 처분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29일 금요일에는 추가로 본회의를 열어서 검사 탄핵 소추안을 의결할 방침입니다. 또 29일에 앞서 말씀드린 이화영 전 경기부지사 항소심 선고도 있습니다. [앵커] 네, 잘 들었습니다. 정치부 김진호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