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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 유지도 벅차" 병원 손님 사라진 거리엔 임대딱지만[현장르포]
부산의 주요 대학병원 주변 상권이 전공의 이탈로 인해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의료진의 부재가 병원 운영에 차질은 물론, 주변 경제에도 직접적인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26일 지역 의료업계에 따르면 부산 서구 동대신동의 동아대학교병원과 아미동의 부산대학교병원 인근 상가들은 매출 감소와 공실 증가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학 내 입점한 상점들도 마찬가지로 매출 하락세를 겪고 있으며, 이런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지역 상권 전반의 붕괴로 이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동아대병원 내 의료기기 판매점에서 근무하는 A씨(30대·여)는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난 이후 병원의 주문량이 절반 이하로 감소했다"면서 "과거에는 수술 도구와 의료 장비를 지속적으로 공급했으나, 최근에는 병원 각 부서의 요청이 대폭 줄어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동아대병원 내 카페에서 일하는 B씨(30대·여)도 요즘 매출 감소로 걱정이 많다. "전공의들이 많았을 때는 커피와 간단한 식사 주문량이 많았지만 현재는 매출이 급감한 상태"라며 "하루 평균 200명이 넘던 손님들이 지금은 100명도 채 되지 않아 고정비 부담을 감당하기가 힘들어졌다"라고 말했다. 아르바이트 인력을 줄이고 근무 시간을 단축했지만 수익 감소는 여전하다는 것. 동아대병원 인근 상권은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최근 인근의 유명 프랜차이즈 제과점인 '파리바게뜨'가 매출 감소를 이유로 영업을 종료하면서, 지역 상권의 침체가 한층 가속화됐다. 지역 부동산업계는 파리바게뜨가 문을 닫은 이유가 불경기에다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던 병원 관계자들의 방문이 급감했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파리바게뜨가 자리를 비운 이후 인근 3개 상가 역시 잇따라 임대 상태로 전환됐다. 동아대병원 근처에서 과일 가게를 운영하는 C씨(50대·여)는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줄어들면서 병문안 선물이나 과일을 사는 고객이 크게 줄어들었다"라며 "지역 상권이 예전처럼 활기를 되찾기 어려울 것 같다"라고 우려했다. 부산대병원 인근 상권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부산대병원 근처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D씨(60대·여)는 "예전에는 전공의들이 밤늦게까지 편의점을 이용했지만 이제는 그 모습을 보기가 힘들다"라며 "병원 관계자들이 매출의 40%를 차지했는데 지금은 주로 지역 주민과 관광객만 찾고 있다"라고 말했다. 매출 감소와 함께 주거 시장에도 큰 타격이 발생했다. 부산대병원 인근의 원룸과 상가를 담당하는 홍추선 월드부동산 대표는 "전공의들이 거주하던 원룸의 공실률이 10%에서 현재 20% 이상으로 증가했다"면서 "높은 월세로 인해 인근 대학생들도 선뜻 임대를 망설이고 있다"라고 전했다. 그는 또 "상가의 공실률 역시 20%를 넘어섰으며, 이는 코로나19 때보다도 더 심각한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대학병원 인근 상권의 침체가 장기화되면 전공의들이 복귀하더라도 상권 회복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건물주와의 협력 등 상생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도한영 부산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상인들이 영업을 지속할 수 있도록 임대료를 조정하고, 건물주와 상생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또 대학병원과 연계된 약국과 상가들이 큰 타격을 받고 있는 상황을 감안해 정부와 의료계가 한발 물러서서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같은 상권 침체의 심각성을 정부와 의료계에 적극적으로 알리고, 실질적인 지원책 마련을 촉구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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