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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클로즈업 북한] 국가 주도 생수사업…물 부족 심각
[앵커]물을 사서 마신다는 것, 우리에겐 이제 익숙한 일이 돼버렸죠.생수 종류도 참 많고요.그렇습니다.그런데 북한의 판매용 식수 브랜드도 10개가 넘는다는 것, 알고 계신가요?북한은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후 생수 사업을 본격화 했는데요.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주민들이 식수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고 합니다.네, 식수는 물론 생활 전반에 필요한 물이 부족한 현실이라는데요.북한의 물 사정을 클로즈업 북한에서 살펴봤습니다. [리포트]황해북도 사리원시에 있는 정방산.단풍으로 물든 산의 자태가 가을 운치를 한껏 더하는데요.정방산성과 성불사 등 역사, 문화적으로 의미 있는 명소들이 많지만 북한 주민들이 자랑하고 싶은 것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이곳에서 나는 물입니다. ["네, 정방산 샘물이구만요. 이 샘물 맛이 어떻습니까? (시원하고 좋습니다!) 그래요."] ["이 정방산 샘물에는 칼슘, 칼륨, 마그네슘, 망간과 같은 사람의 몸에 좋은 여러 가지 광물질이 들어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 샘물을 자주 마시면 소화도 잘되고 여러 가지 질병들도 고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샘물에 얽힌 전설까지 소개하는데요.어려서 부모님을 잃고 서로에게 의지하며 정방산에 터를 잡고 살던 형제.어느 날 동생은 산길을 걷다 바위틈에 흐르는 물줄기를 발견합니다.목이 말랐던 터라 허겁지겁 물을 마셨고, 그만 잠에 빠져들고 마는데요.그리고 다시 눈을 뜨자 놀라운 일이 벌어집니다. ["가만, 이거 어떻게 된 거야? 배도 안 고프고, 힘도 생기고! 뭘 먹었더라? 분명 이 샘물밖에 마신 게 없는데... 또 마셔야지!"] 샘물의 놀라운 효능 덕분에 형제는 정방산에 쳐들어온 외적도 물리쳤다는 전설입니다. ["여기가 바로 그 전설에 나오는 샘물이 있는 곳입니다."] 조선중앙TV는 수원까지 공개하며 정방산 샘물의 우수성을 자랑했습니다.주목할 점은 북한당국이 이 샘물을 상업용으로도 개발, 판매하고 있다는 건데요.국가가 나서서 생수 산업을 추진하고 있는 겁니다. ["예로부터 산 좋고 물 맑은 우리나라에는 수질이 좋고 약효 성분들이 많이 포함된 약수 자원이 대단히 많습니다."] 북한 매체에 따르면 평양시, 평안남도, 강원도 등 북한 전역에 100여 개가 넘는 약수터가 존재한다고 합니다. [김혁/한국농어촌공사 농어촌연구원 선임연구원 : "아무래도 산악지대가 많다 보니까 산에서 내려오는 물이 정화돼서 많이 흐르기 때문에 물이 좋은 곳은 많죠. 그리고 북한 같은 경우에는 암반 지대가 많이 형성돼있기 때문에 지하수가 굉장히 많다고 이야기 할 수 있겠죠."] 이런 약수를 활용한 생수 사업이 본격화된 것은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후부터입니다.김 위원장은 기존의 생수 공장들을 현대화해 생산량을 늘리게 했고, 새로운 수원지 발굴도 독려했습니다. ["인민들에게 샘물을 공급해 주는 문제는 인민성에 관한 문제이며 우리나라 사회주의 제도의 우월성을 과시하기 위한 중요한 사업이라는 것이 우리 원수님의 숭고한 뜻입니다."] 2015년 평양 룡악산 샘물공장 개건 이후 평성, 해주, 사리원, 원산 등 15곳에 샘물 공장이 들어선 것으로 전해집니다.생수 사업을 확장하는 이유는, 주민들에게 질 좋은 식수를 많이 보급하는 데 있다고 북한 당국은 설명하는데요. [리용식/양덕샘물공장 작업반장 : "경애하는 총비서 동지께서는 여기 양덕지구에서 나오는 수질이 좋은 샘물을 수도 시민들에게 더 많이 생산 공급하기 위해서 크나큰 은정을 베풀어 주셨습니다."] 그러나 모순적이게도 북한의 활발한 생수 사업은 열악한 수질 환경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김혁/한국농어촌공사 농어촌연구원 선임연구원 : "북한이 기본적으로 농촌 지역의상수도, 하수도 문제가 굉장히 심각해요. 특히 하수가 제대로 잘 안 돼 있다 보니까 수질이 악화하고 악화한 물이 결국엔 지하수로 흘러 들어가서 지하수가 다시 오염되고요. 그 지하수를 다시 뽑아서 사람이 식수로 먹다 보니까 병해충이나 수질 문제로 인해서 굉장히 병에 취약한 구조가 반복이 되고 있다는 거예요."] 실제 세계보건기구와 유엔아동기금의 공동 보고에 따르면 안전한 식수를 확보한 북한 주민의 비율은 전체 인구의 67% 정도입니다.세계 평균 비율이 73%, 한국은 99% 이상인 것을 보면 상당히 열악한 수준입니다.평양에서 태어나 아파트에서만 거주했던 탈북민도 깨끗한 물을 접하기란 어려운 일이었다고 합니다. [나민희/2016년 탈북 : "진짜 육안으로 보기에도 뿌연 물이 나올 때가 있어요. 이건 좀 너무하지 않나 해서 이건 먹긴 좀 어렵겠다. 이건 그냥 빨래나 해야겠다 이렇게 이야기했던 적도 있고. 그리고 육안으로는 잘 안 보이더라도 물 받아 놓으면 바닥에 침전물, 모래가루 같은 게 가라앉은 적도 있었고."]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이런 물조차 마음껏 공급받을 수 없었다는 것입니다. [나민희/2016년 탈북 : "주방 수도는 고장 난 지 오래됐고 화장실 수도 하나에서만 물이 나오거든요. 그래서 거기서 물을 받아다가 주방에다가 채워 넣고 그런 식으로 사용했죠. 한번 나오면 한 30분 나오지 않았나. 그래서 물탱크도 채우고 플라스틱 양동이도 채우고 대야에도 물을 채워놓고 그냥 채울 수 있는 모든 용기는 다 가득가득 물을 채워 넣거든요. 제가 기억하는 순간부터 평양을 떠날 때까지 물을 마음껏 써본 적이 몇 번 안 되는 것 같아요."] 북한의 물 부족은 노후화된 상수도 시설과 전력난으로 인한 급수 시스템의 비효율성, 가뭄, 그리고 강수량 감소 같은 기후 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인데요.김정은 위원장의 강력한 의지에 따라 생수 공장이 증설되고, 깨끗한 식수를 사서 마시는 주민들이 일부 늘긴 했지만 일반화하기엔 아직도 멀었다는 평가입니다. [김혁/한국농어촌공사 농어촌연구원 선임연구원 : "식수 공장에서 생산되는 양이 지역 주민들한테 충분히 공급될 수 있는 양으로 보긴 어렵죠. 특히 안전한 식수라고 하면 우리가 기본적으로 상수도를 많이 떠올리는데 안전한 식수가 되려면 소독 과정이라든가 이런 부분들이 많이 약 처리가 돼야 하거든요. 중요한 건 (상수도) 공급이 안 따라주는 상황에서 그 약수만으로 식수원을 해결한다. 굉장히 이치에 안맞는 상황이 되는 거죠."] 또 북한에서 판매되는 생수가 일반 주민들이 구매하기엔 여전히 비싼 편이라고 합니다. [나민희/2016년 탈북 : "낱개로 포장해서 500ml, 1l로 파는 샘물은 정말 비싸서 그걸 평소에 물처럼 마신다는 건 불가능한 일인 거 같아요. 그런 집을 보면 저 정도로 잘 산다고? 물만 봐도 그런 물을 계속 까서 마신다 그러면 ‘와 진짜 부자구나.’ 그다음에 플라스틱 생수통을 꽂아놓고 마신다 그러면 ‘좀 사네.’ 이렇게 이야기하는 거죠."] 생수 사업이 수질오염과 물부족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 방법이 아닌데도 왜 북한 당국은 끊임없이 새로운 생수를 만들어 내는 것일까요?여기에는 김정은 위원장의 치적 쌓기와 함께 경제적 이득을 노린 전략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김혁/한국농어촌공사 농어촌연구원 선임연구원 : "김정은 체제 중반기에 관광객들이 굉장히 많이 집중됐거든요. 투자자도 많았고 관광객들도 많이 늘어났고요. 그 과정에서 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측면도 있겠지만 동시에 관광객을 대상으로 판매를 많이 했습니다. 그런 것처럼 북한이 물이 돈이 된다는 걸 기본적으로 파악하고 있었고 여기에 따라서 관광객들 대상으로 한 물 판매를 일차적으로 염두에 뒀다고 보이고요."] [한창순/평양시민 : "보통강 약수를 먹으니까 내가 혈압쟁이가 돼서 혈압이 계속 오르내리고 계속 골이 아프고 그랬단 말입니다. 그런데 그게 혈압이 고착되면서 머리가 가뜬하고 안정되고 그다음에 소화장애가 심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소화장애도 다 편안하게 돼서 몸이 이렇게 거뜬해졌단 말입니다."] 안전한 식수를 넘어 만병 통치약처럼 소개되고 있는 북한의 약수, 당국의 생수 사업으로 주민들의 건강까지 보장된다고 선전하지만, 대다수 주민들에게 물은 여전히 간절함, 그 자체입니다. [나민희/2016년 탈북 : "깨끗한 물 보다는 넉넉한 물을 더 많이 바라지 않을까 싶어요. 한국처럼 바로 수도꼭지 올리면물 나오는 그 정도까진 아니더라도 하루에 한 번 두 시간이면 두 시간. 무조건 물이 보장되는. 그 정도만 돼도 북한 주민들은 좋아하지 않을까."] 깨끗한 물을 마시는 것은 인간이 누려야 할 가장 기본적인 권리입니다.과거 몇 차례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의 식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협력 방안이 논의됐지만 오래 지속되진 못했는데요.물 부족 문제는 주민들의 생존과 직결된 사안인 만큼, 지속적이고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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