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사죄하며 살겠다"..조부 살해한 손자, 선처 호소했지만 징역 24년 구형
[파이낸셜뉴스] 어린 시절부터 가정폭력에 시달리다 할아버지를 흉기로 살해한 20대 남성에게 검찰이 징역 24년을 구형했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2부(이정형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황모(23)씨의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징역 24년과 전자장치 부착 20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황씨는 지난 8월6일 오전 0시30분께 성동구 소재의 주택에서 70대 조부를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조사 결과 황씨는 어린 시절부터 조부가 자신을 폭행하고 조모를 괴롭혔다는 이유로 불만을 품어온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로 경찰에는 황씨의 조부와 관련한 가정폭력 신고가 여러 건 접수된 것으로 확인됐다.
황씨는 사건 당일 음주 상태에서 분노를 참지 못하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피해자(조부)의 가정폭력 전력을 조회했으나 형사 처벌을 받은 가정폭력 사안은 확인되지 않았다"며 "피고인은 술에 취한 상태에서 범죄를 저질렀고 재범 위험성이 높다"고 중형을 구형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황씨 측 변호인은 "피해자는 평소 폭력적 성향이 있었다"며 "조모에게 폭력을 가해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범죄 전력이 없는 것은 늘 처벌불원으로 합의하면서 사건이 종결됐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당초 황씨는 피해자의 아들로 알려졌으나 가족관계등록부상 피해자의 아들로 등재됐을 뿐 실제로는 손자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변호인은 "황씨와 피해자는 부자 관계로 지내왔으나 사실 황씨는 피해자의 손자"라며 "친부인 (가족관계등록부상) 형이 황씨를 낳자마자 피해자에게 데려왔고, 피해자가 출생신고를 하면서 부자지간이 됐다"고 설명했다.
황씨는 최후 진술에서 "사건 당일 범죄를 저지를 의도는 없었다"고 일축했다.
그는 "술을 마시고 통제력을 잃은 탓에 허망하게 돌아가신 할아버지께 평생 사죄하며 살아가겠다"면서도 조모에 대해 "한평생 할머니가 아닌 어머니로서 저를 사랑해주신 어머니와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짧지 않도록 판결해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지난달 15일 열린 1차 공판기일에서 황씨의 조모는 "(황씨가) 아직 어리고 순하고 착하다"며 "처벌을 적게 받기를 원한다. 내 목숨과도 바꿀 수 있다"고 선처를 호소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