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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이구순의 느린 걸음] 공정위 이동통신사 제재, 무엇을 위한 정의인가
공정거래위원회가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에 판매지원금 담합에 대한 판단을 담아 심사보고서를 보냈다. 내년 초 전원회의를 통해 제재 여부와 수위를 결정하는 공식 절차를 시작한다. 그런데 이 사안을 보는 관계자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당사자인 이동통신 3사뿐 아니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송통신위원회까지 "이 사안은 단통법(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에 의한 정당한 행위"라고 목청을 높인다. 정부 부처 간에도 서로 다른 잣대를 들이대는 이 사안을 놓고 공정위의 담합 판단이 과연 무엇을 위한 정의인지 되물을 수밖에 없게 됐다. 사안의 시작점이 되는 단통법을 들여다봐야 이 사안을 정확히 판단할 수 있을 듯하다. 단통법은 소비자에게 차별 없는 통신서비스를 제공하고, 시장 내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단통법 골자는 모든 소비자에게 지원금을 투명하게 지급하고, 요금할인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균형 있게 제공하라는 것이다. 이동통신사들의 과열경쟁으로 소비자의 불평등이 횡행하던 시기에, 경쟁을 제한하더라도 소비자 차별을 줄이는 정책적 목표를 선택한 것이다. 단통법 시행 10년이 지난 최근 소비자 사이에서 이동통신 3사 간에 단말기 지원금과 요금제의 차별성을 느끼기 어렵다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기는 하다. 이동통신사 간의 실질적인 경쟁이 사라지고, 소비자에게는 획일적 선택지만 남았다는 비판이다. 이번에 공정위가 제기하는 문제는 이동통신 3사의 경쟁이 제한돼 과도한 가격 안정화를 도모했다는 의혹이다. 이동통신사들이 단통법 틀 안에서 협력적으로 행동하다 보니 결과적으로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고 경쟁을 억제하는 부작용을 초래했다는 논리다. 최근 제기되는 소비자의 불만과 일맥상통한다. 이 지점에서 핵심을 따져보자. 공정위 잣대에 '담합'으로 찍힌 행위가 이동통신 3사의 자발적 협의인가? 법과 제도에 따른 결과인가? 단통법 자체가 과도한 보조금 경쟁으로 인해 특정 소비자들이 부당한 혜택을 받고 수많은 소비자들은 손해를 보는 불합리를 막겠다는 목표를 가진 법이었으니, 이동통신 3사는 법률과 주무부처의 지시에 따라 지원금을 조정하고 선택약정할인제도를 도입했다. 결과적으로 소비자 선택의 다양성이 줄어들고, 경쟁이 제한됐다는 비난을 받을 수는 있다. 그러나 이것은 소비자에게 보편적 요금할인 혜택을 제공하기 위한 반작용이자, 과열경쟁으로 치닫고 있던 이동통신 시장의 정상화를 목표로 정한 정책의 결과물이다. 그런데 이제 와서 법률과 정책을 만든 정부가 정책을 따른 기업을 의도적인 담합행위자로 몰아세우는 것이 이동통신사 담합 사건의 본질 아닌가 싶다. 특히 통신시장은 기업 간 무한경쟁이 소비자 이익으로 직결되는 일반적 경쟁논리를 적용하기 어려운 특수성이 있다. 본질적으로 고정비가 높은 독과점 구조를 가진 통신시장에 과도한 경쟁을 유도하면 기업들의 인프라 투자여력이 약화된다. 이 때문에 통신산업은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경쟁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전문 규제기관을 두고 주무부처의 전문성을 다른 부처에서도 우선적으로 수용한다. 공정위의 역할은 시장의 공정성을 확보하고 소비자 권익을 보호하는 것이다. 단순히 기업이 공정했는가 하는 단면만 보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 권익을 최고의 정의로 놓고 기업 간 경쟁이 공정했는지, 제도가 시효를 다한 것은 없는지 따지는 것이다. 세간에는 공정위가 "모든 사건에서 부처 의견부터 일일이 고려하면 조사 자체에 나서기 어렵다"며 과기부·방통위 의견에 대해 난처해한다는 소문도 돈다. 이 대목에서 공정위가 기관의 역할을 직시했으면 한다. 공정위는 기업을 처벌하는 조직이 아니다. 소비자 권익이라는 정의를 위해 공정한 시장을 조성해 가는 기관이다. 공정위는 이동통신사 제재를 논의하기 전에 통신 소비자 권익이라는 정의를 큰 틀에서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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