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하철 MZ노조도 파업 채비… "초라한 임금에 줄퇴사"
서울 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이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일부 열차 운행에 차질이 빚어졌다. 아직 준법투쟁의 여파는 크지 않지만 노조의 단체행동이 확대될 경우 승객 불편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20일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기준 수도권 전철의 정시 도착률은 100%다. 출근길 인파가 몰리는 일부 구간에선 열차가 5~10분 지연됐으나 20분 이상 늦어진 사례는 없었다. 공사는 20분 이상 지연된 경우만 집계하고 있다.
다만 한국철도공사가 운영하는 전철 1·3·4호선 일부 구간과 수인분당선, 경의중앙선은 전국철도노동조합의 준법투쟁으로 전동열차 288대 중 8대가 20분 이상 지연됐다. 준법투쟁은 쟁의행위인 태업의 일종으로, 근로기준법 등 법규가 요구하는 조건대로만 행동하거나 시간 외·휴일 근로 거부 등을 통해 업무능률을 저하하는 행위다.
공사 제1노조인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은 △구조조정 철회 및 인력 운영 정상화 △1인 승무제 도입 중단 △산업재해 예방 및 근본 대책 수립 △부당 임금 삭감 문제 해결 등을 요구하며 이날부터 준법투쟁을 시작했다. 노조 측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다음 달 6일 총파업에 나설 예정이다. 노조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출퇴근 시간대에는 평소보다 신속하게 열차를 운행하는데 준법투쟁 시에는 정해진 기준대로만 운행한다"며 "이로 인해 승객 불편이 일부 생길 수 있지만 안전에는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1·3·4호선은 철도노조의 준법투쟁과 맞물려 열차 지연이 예년보다 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교통공사는 노조의 준법투쟁에 따른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도록 대응체계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열차 운행은 평상시와 같이 3189회를 유지하고, 열차 배차 간격도 출근 시간대 2.5~4.5분, 퇴근 시간대 3~6분, 평시 5~9분으로 기존 수준을 유지할 방침이다. 출퇴근 시간 혼잡역에선 본부·영업사업소·지하철 보안관 인력을 유기적으로 투입해 질서 유지와 안전을 확보할 예정이다.
현재는 공사 내 1노조만 단체행동에 나서고 있으나 다른 노조도 쟁의행위에 돌입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공사 제3노조인 올바른노동조합은 서울시청 앞에서 '쟁의행위 출정집회'를 열고 21~24일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투표 결과 쟁의행위가 가결되면 제1노조처럼 본격적인 단체행동에 나설 수 있다. 다만 올바른노조가 제1노조와 선을 분명히 긋고 있어 단체행동의 형태는 다를 것으로 분석된다.
2021년 8월 출범한 올바른노조는 올해 처음으로 교섭권을 획득해 지난 8월부터 14회에 걸쳐 공사와 교섭을 진행했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지난달 28일 협상이 결렬됐다. 현재는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조정 절차를 밟고 있다. 이른바 'MZ노조'로 불리는 올바른노조에는 공사 전체 직원의 약 15%인 2200명이 가입했다.
올바른노조는 △유의미한 수준의 임금 인상 △신규 인력 채용 △복지 향상 △서울시 정책 사업 이행분의 재원 보전 등을 요구하고 있다. 송시영 올바른노조 위원장은 "공사는 평균 연봉 7000만원대 신의 직장이라고 알려졌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며 "실제 입사하는 대졸 신입 직원의 월급은 200만원 초반에 불과하고 임금 인상 수준도 매우 낮다.
이로 인해 신규 직원들의 퇴사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운용 올바른노조 사무처장은 "기후동행카드로 한 해 발생하는 적자는 1800억원인데 서울시는 이 중 절반인 900억원만 세금으로 보전하고 나머지 900억원은 공사에 전가했다"며 "보상은 안 해주고 적자는 떠넘기는 것이다. 기후동행카드로 발생한 적자는 서울시가 전액 보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