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마리 찾은 ‘동덕여대 공학 전환 논란’…남은 문제는? [뉴스in뉴스]
[앵커] 남녀공학 전환 논의를 두고 동덕여대 학생들이 본관을 점거하는 등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선 지 열흘이 넘었습니다. 학교 측은 전환 논의를 잠정 중단하는 대신 수업을 재개하기로 하기로 학생들과 합의했습니다. 이 문제 취재한 최혜림 기자 나와 있습니다. 최 기자, 동덕여대 남녀공학 전환 갈등, 어떻게 시작된 거죠? [기자]네, 시작은 지난 5일 동덕여대의 '대학비전혁신추진단' 회의였습니다. 해당 회의에서 공연예술대학과 디자인대학의 남녀 공학 전환이 논의된 건데요. 일부 교수들이 이를 수업 시간에 언급하면서 학생들에게 알려졌습니다. 이에 대해 총학생회는 학생들과 상의 없이 공학 전환을 시도한다며 즉각 반발했습니다. [동덕여대 재학생/음성변조 : "학교가 정말 비민주적인 절차로 통보식으로 진행을 하는 걸 보니까 학생은 학교의 주인이 아니라고 생각을 하는 것 같고요."] 학생들이 공학 전환 논의 전면 철회를 요구하면서 대자보를 붙이기 시작했고요. 건물을 점거하고 앞에 학교 점퍼를 늘어놓거나 수업을 거부하는 등 행동에 나섰습니다. 일부 학생들은 학내 도로와 건물에 래커칠을 하거나 설립자의 흉상에 쓰레기를 던지기도 했습니다. [앵커] 이렇게 시작된 갈등이 열흘 넘게 이어진 건데, 학생들의 반발에 대한 학교 측 입장은 어떻습니까? [기자] 동덕여대는 공학 전환 논의가 공식적으로 논의된 내용이 아니라고 해명했습니다. 추진단 회의에서 나온 아이디어 차원의 논의이고, 교무위원회를 거쳐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려고 했다는 겁니다. 학생들이 폭력을 행사하고 수업을 방해하는 건 불법 행위라며 책임은 각자가 져야 한다고도 강조했습니다. 동덕여대 교수 200여 명은 '불법 행위는 정당화될 수 없다'며 시설 점거와 훼손을 중단하라는 호소문을 올렸습니다. [앵커] 학교는 정식 논의 한 적 없다, 학생들은 논의 철회해라 팽팽하게 맞선 건데 어제 해결의 실마리가 생겼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총학생회는 지난 20일에 학생총회를 열고 '남녀공학 전환'에 대한 찬반 투표를 진행했습니다. 재학생 1,970명이 참석했는데, 이 가운데 찬성은 한 명도 없었습니다. 총학생회는 총회 종합안을 토대로 학교 측과 면담을 진행했고, 이 자리에서 공학 전환 논의를 잠정 중단하는 데 합의했습니다. 나중에 공학 전환을 논의하더라도 학생들과 협의를 거쳐 진행하겠다는 겁니다. 대신 학생들은 본관을 제외한 나머지 건물의 점거를 해제하고 수업도 재개하기로 했습니다. 다만 학생들은 논의 전면 철회를 요구하고 있어서, 본관 점거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사태가 일단락은 됐는데 아직 남아있는 문제들이 있다고요? [기자] 우선 학교 측이 언급한 '책임'의 문제가 있습니다. 학교는 학생들이 진로 취업 박람회장의 집기를 부수고 학내 시설을 훼손해 최대 54억 원의 피해가 발생했다고 전했습니다. 다만 학교 측은 피해에 어떻게 대응할지는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학내 갈등이 학교 밖 젠더 갈등으로도 퍼지는 점도 문제인데요. 한 보수단체가 학교 앞에서 집회를 열고 학생들의 신상을 특정해 고발하겠다고 예고하는 등 여파가 커지고 있습니다. [앵커] 동덕여대뿐만 아니라 다른 대학에서도 공학 전환으로 갈등을 빚은 적이 여러 차례 있었죠? [기자] 2015년에는 덕성여대가 공학 전환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가 학생들의 반발에 철회했고요. 성신여대는 2018년 공학 전환을 언급했다가 반대에 부딪혀 무산됐습니다.최근에는 국제학부가 내년도 신입생부터 외국인 남학생을 받기로 하면서 학생들이 반대 시위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전환에 반대하는 학생들은 여자대학의 정체성과 교육철학이 사라진다는 걸 우려했습니다. [동덕여대 재학생/음성변조 : "여대의 설립 목적은 여성 교육이기 때문에, 여대로 왔는데 공학이 된다는 건 학생들을 배신하는 일이고…."] 여대의 공학 전환을 두고 갈등이 반복되고 있는 만큼 결국에는 학교와 학생들이 어떻게 합의점을 찾느냐가 가장 중요합니다. [앵커] 네, 최 기자 여기까지 듣겠습니다.촬영기자:박상욱 하정현 정준희/영상편집:신선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