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집단행동에 참여하지 않은 의사와 전공의의 명단을 정리한 이른바 '의료계 블랙리스트'를 작성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사직 전공의가 첫 재판에서 혐의를 부인했습니다. 얼굴 가린 복귀 전공의 명단작성 의사 (서울=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의료계 집단행동 불참 의사와 의대생 명단을 SNS 등에 게시한 사직 전공의가 20일 영장실질심사 후 서울중앙지법에서 나오고 있다. 2024.9.20 xyz@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서울중앙지법 형사13단독(재판장 이용제)는 오늘(22일) 오전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된 사직 전공의 20대 정모 씨의 첫 공판기일을 진행했습니다. 정 씨는 의료계 집단행동에 동참하지 않고 근무를 이어가거나 수업을 듣고 있는 의대생의 명단을 텔레그램 메디스태프 채널 등에 약 26회에 걸쳐 게시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검찰은 정 씨의 행동을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개인정보를 배포한 '스토킹 행위'로 규정하고 재판에 넘겼습니다. 정 씨의 변호인은 "객관적인 사실관계는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지만, 스토킹 처벌법에서 규정하는 행위로 보기는 어렵다"며 공소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변호인은 "스토킹 행위는 지속성과 반복성을 요건으로 하는데, 피해자 1100명 중 485명에 대한 개인정보는 1~2회, 44명에 대해서는 3회에 불과하다"며 "개인정보의 배포가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이뤄졌다고 보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수사기관이 확보한 30여명의 피해자 진술 중 공포감과 심리적 압박을 느꼈다고 말한 사람은 일부"라며 실질적인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주장했습니다. 정 씨의 보석 심문도 이뤄졌습니다. 정 씨 측은 "동료 의사들에게 해를 가하려는 의도가 없었다"며 석방을 요청했습니다. 발언 기회를 얻은 정 씨는 "증거기록이 7000장이라고 하는데, 구속 상태에서는 방어권에 제한된다"며 "보석을 허가해주면 성실히 재판에 임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검찰은 "2차 가해와 또 다른 낙인찍기가 우려된다"며 보석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날 법정에는 전공의와 의대생으로 추정되는 일반인 방청객이 30명 넘게 모여 좌석을 가득 채웠습니다. 자리에 앉지 못한 방청객들은 법정에 서서 재판을 지켜보기도 했습니다. 검찰에서 보석 반대 의견을 거듭 이야기하자 방청객 중 일부는 답답하다는 듯 한숨을 내쉬고 작은 목소리로 욕설을 내뱉기도 했습니다. 정 씨의 다음 재판은 다음달 13일에 열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