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野 반도체특별법 기업 지원 방식 놓고 이견
[파이낸셜뉴스] 여야가 반도체 산업 지원·육성을 위한 반도체특별법 심사에 돌입했지만 기업 지원 형태를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반도체 기업에 대한 정부 지원이 직접 보조금인지 재정 지원인 지 방식 문제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그동안 큰 틀에서 반도체 특별법 처리의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했던 여야가 지원 방식 등 방법론에선 시각차를 드러낸 것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21일 소위원회를 열고 반도체 특별법을 심사했다. 반도체 특별법은 대통령 직속 반도체산업경쟁력강화위원회를 설치하고, 반도체 기술에 대한 시설투자 공제율을 높이는 내용 등이 골자다.
특히 국민의힘은 반도체 분야 연구개발(R&D) 근로자들에 대한 주 52시간제 적용 제외, 보조금 직접 지원 등의 내용이 담긴 특별법을 추가로 당론 발의하기도 했다.
당초 반도체 특별법은 여야가 주 52시간 적용 제외를 놓고 이견이 있어 걸림돌이 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이날 소위에서는 주로 보조금 지원 방식을 놓고 여야간 첨예하게 대립했다.
소위에 참석한 한 의원은 "특정 의원이 기업에 직접 보조금을 주는 형태로 법안에 명시하자고 했지만 지금 정부도 직접 보조금 지원 형태는 반대하고 있고 WTO(세계무역기구) 의 제소를 받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특별법의 보조금 명시 문제는 최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서 트럼프 2기의 산업정책 방향성과 맞물려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보편적 관세를 주장하며 각종 보조금 정책에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한국이 반도체 특별법에 보조금을 명시해 기업을 지원했다가 내년 초 트럼프 2기 출범 후 자칫 미국정부로부터 불공정 지원 논란에 휩싸일 수도 있다는 지적이 일각에서 나온다.
소위 관계자는 "미국 대선이 끝난지 얼마 되지 않았고 트럼프 당선인이 보편적 관세를 외치며 보조금 정책을 철회할 수도 있다"며 "아직은 정책적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섣불리 보조금(subsidiary)이라는 단어를 법안에 넣는 것에 대해서는 신중하자는 입장이 중론"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쟁점인 연구·개발인력에 대한 주 52시간제 적용 제외도 여야간 줄다리기가 한창이다. 일각에서는 주 52시간제 적용 제외를 빼자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야당이 주 52시간제 적용 제외에 반발하고 있는 만큼 특별법 통과가 우선돼야 한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이날 여야는 주 52시간제 적용 제외에 대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한편 이날 소위에서 논의가 예상됐던 '전력망확충법'과 '고준위 방폐물 특별법'은 오는 26일 소위에서 논의하기로 했다.
전력망 확충법은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과 인공지능(AI) 산업 육성 등 전력 사용량이 큰 국가첨단산업에 대한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필수적인 법안이다. 고준위 방폐물 특별법은 원자력 발전소에서 발생하는 사용후핵연료를 안전하게 처리하기 위해 처분장 설치 등을 규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