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츠업 실리콘밸리] 가장 아름다운 단어, 관세(Tariff)
'관세'라는 단어가 이렇게 강렬하게 느껴진 적이 없다. 제47대 미국 대통령 당선인 도널드 트럼프 덕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유세 기간 관세에 대한 찬사를 늘어놨다. 그 시작은 "관세라는 단어를 좋아한다"는 고백이었다. 트럼프는 관세를 "사전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라고 칭했다. 관세가 트럼프의 대선 슬로건이었던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실현시킬 강력한 무기라는 점을 인지해서였을 것이다.
스콧 베센트 재무부 장관 지명자가 트럼프 2기 정부의 관세정책을 집행할 것으로 보인다. 베센트 재무부 장관 지명자가 미국 의회 인준을 통과한다는 전제하에서다. 베센트 지명자 역시 관세 부과정책에 상당히 우호적이다. 베센트 지명자는 트럼프의 관세공약이 미국이 다른 국가로부터 양보를 이끌어내기 위한 협상전략이라고 설명했다. 베센트 지명자가 말하는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정책은 흥미롭다. 그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자유무역주의자"라고 밝혔다.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트럼프가 자유주의자라는 것을 납득하기 어렵다. 확실한 것은 트럼프가 강력한 관세 부과정책을 시행할 것이라는 점이다.
트럼프는 오늘(25일) 다시 한번 자신의 강력한 관세정책을 전 세계에 확인시켜줬다. 내년 1월 20일 취임 당일 멕시코와 캐나다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선언이었다. 중국에는 추가 관세에 또 다른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한다고도 했다. 트럼프에게 가장 아름다운 단어, 관세정책에 실리콘밸리의 주요 빅테크는 대응을 시작했거나 대응방안을 물밑에서 모색하고 있다.
실리콘밸리 빅테크들 역시 트럼프의 관세정책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이미 대선유세 기간 중국에서 생산된 수입품에 6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약했다. 여기에 오늘 공식화한 것처럼 중국에 추가 관세를 부과한다면 애플과 엔비디아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애플은 중국에서 아이폰 등 대부분의 디바이스를 생산하고 있다. 전 세계 인공지능(AI) 칩 시장점유율 90%를 차지하는 것으로 전해지는 엔비디아도 트럼프의 관세정책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미 바이든 정부의 대중국 수출제한 정책이 시행 중인데, 트럼프가 강력한 대중국 관세정책을 펴면 중국 매출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이미 바쁘게 뛰고 있다. 쿡 CEO는 트럼프 1기 정부 때 트럼프에게 직접 전화해서 트럼프를 설득한 경험을 활용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4년 전 과거의 경험을 살려 다시 한번 트럼프와 핫라인을 가동, 현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대중국 생산 애플 디바이스의 고관세 무력화라는 자신의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서다. 트럼프를 설득하는 쿡 CEO의 논리는 간단하다. 중국에서 제조·생산돼 미국으로 수입되는 애플 디바이스에 고관세를 부과해 가격이 높아지면 결국 삼성전자 등 애플의 경쟁자에게만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적극적으로 뛰고 있는 쿡 CEO와 달리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아직까지 또렷하게 자신의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그렇지만 황 CEO는 지난 23일 홍콩과학기술대에서 공학 명예박사학위를 받은 뒤 우회적으로 트럼프의 고관세 정책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드러냈다. 그는 "새 정부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 없다"고 운을 뗐다. 이어 "법과 정책을 준수하며 기술을 발전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법과 정책을 준수하겠다는 워딩은 트럼프 2기 정부의 관세정책에 협조하겠다는 뜻으로 들린다. 그러나 이어진 "전 세계 고객을 지원하는 균형을 맞춰가겠다"는 발언은 트럼프의 고관세 정책을 극복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전 세계 혁신을 선도하는 실리콘밸리 빅테크들의 발 빠른 트럼프 고관세 정책 대응은 한국 기업에 비수로 꽂힐 수 있다. 우리 정부와 기업의 총력 대응이 필요하다. 그래야 우리에게도 관세가 가장 아름다운 단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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