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k
JTBC
[차관칼럼] 공직혁신 앞장서는 인사혁신처
"'가족사랑의 날'을 폐지해주세요." 지난 9월 인사혁신처 입직 3년 이내 공무원들과의 간담회에서 나온 의견이다. 처음에는 그 뜻을 이해하기 어려웠으나 금세 진의를 알게 됐다. '가족사랑의 날'은 야근 등 장시간 근로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그날만큼은 눈치 보지 않고 정시에 퇴근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날로, 초과근무를 하더라도 수당을 받지 못한다. 저연차 공무원의 의견을 해석하면 다음과 같다. "일은 자율적으로 하되 일한 만큼은 보상을 받고 싶습니다." 그간 꾸준히 추진해 온 유연근무 확산 및 초과근무시간 총량 관리의 영향으로, 인사처에서는 '가족사랑의 날' 도입 목적이 이미 달성됐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간담회로부터 20일 후 인사처는 '가족사랑의 날' 폐지를 선언했다. 인사혁신처는 정부 수립 이후 부처 명칭에 '혁신'이 붙은 최초의 기관이다. 여기에는 공직사회를 바꾸고 정부혁신을 이끌어 달라는 국민의 요구가 담겨 있다. 인사처는 2014년 출범 후 10년간 직무와 성과 중심의 공정한 인사시스템을 확립해 '일 잘하는 경쟁력 있는 정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러나 출범 10주년을 맞이한 현시점에서 청년 공무원들의 조기퇴직 증가, 공직에 대한 매력도 저하 등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도전을 마주하고 있다.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고 유지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정부의 경쟁력과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다. 우수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처우개선과 함께 유연한 조직문화가 필수적이다. 인사처가 선도해 모범적인 조직문화를 만들고 이를 공직사회 전체에 확산하기 위해 지난 7월 취임 이후 내부 직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경청해왔다. 저연차 공무원, 자녀 양육 공무원, 팀·계장급 직원들과 수차례 간담회를 거쳐 지난 10월 직원들의 소중한 의견을 반영한 '인사혁신처 근무혁신 지침'을 마련했다. 인사처 근무혁신의 핵심은 '일과 삶의 균형' '유연한 조직문화' 그리고 '불필요한 일 버리기'다. 첫번째로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는 가정친화적 근무환경을 조성한다. 중앙행정기관 최초로 육아기 공무원 재택근무제도를 도입하고 필요에 따라 점심시간을 단축, 퇴근시간을 자율 조정할 수 있도록 인사처부터 시범적으로 운영한다. 또한 육아기 공무원은 2시간 범위에서 시차출퇴근을 스스로 결재할 수 있도록 하고, 운영 결과를 분석하고 보완해 다른 부처에도 확산할 계획이다. 두번째, 더욱 유연한 조직문화다. '조직문화 바꾸기 10대 과제'를 중심으로 불필요한 관행을 타파하고, 상호 신뢰와 존중을 바탕으로 서로 격려하는 조직문화를 만들고자 한다. 세번째로 업무 효율화를 통해 핵심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인사처 전체 업무에 적용될 공용폴더 정리기준을 마련해 누가 어느 부서에서 어떤 업무를 맡더라도 효율적으로 자료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워크 다이어트' 프로젝트를 통해 불필요한 업무 절차를 정비할 계획이다. 인사처는 업무효율을 높이는 완전한 업무환경 무선화를 위해 지난해 전 직원이 개별 노트북으로 일하는 '5G 정부망 체제'로 전환했다. 정해진 사무실 공간뿐 아니라 처내 도서관 역할을 하는 '북마루' '워케이션' 등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고 창의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며 더욱 혁신적인 조직문화가 조성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직원과 조직 모두가 변화의 주체로 더 나은 조직문화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인사처의 근무혁신은 완성될 것이다. 우리의 목표는 직원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신의 역할에 자부심과 긍지를 느끼고, 국민에게 더 큰 신뢰를 줄 수 있는 조직문화를 구축하는 데 있다. 연원정 인사혁신처장

올인원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