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법원 “근로계약서 없는 배달 기사도 노동자”
중국 법원이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배달 기사라도 업무 중에 사고를 당했다면 산재보험 적용이 가능하다는 판결을 내놨다고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오늘(21일) 전했습니다. 인민일보 보도에 따르면, 중국 푸젠성 푸저우시 구러우구인민법원은 “수많은 기업이 고용책임을 줄이려고 재하청이나 협력 협의·도급 협의 등 방식을 통해 (노동관계가 아닌) 다른 민사 관계의 외관으로 고용관계의 본질을 덮으려 시도하고 있다”며 “이는 택배 배송원이나 음식 배달 기사 등 새로운 직업의 노동관계 인정에 도전을 가져다줬고, 나아가 이 집단의 노동 권익을 훼손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법원이 이런 종류의 사건을 심리할 때는 사실 우선의 원칙을 견지하면서 회사의 출근 기록과 복장 관리, 주문 전달, 성과 평가, 임금 지급 등 요소로 노동자와 회사 사이에 사실상의 노동관계가 존재하는지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그러면서 중국 법원은 배달 기사들을 향해 서면 노동계약을 체결해야 한다는 점을 기억하고, 회사가 일률 지급한 전기 오토바이나 휴대전화, 각종 문건, 자신의 업무 시간, 성과 평가 관리 내역 등 노동관계를 입증할 수 있는 증거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배달 기사 샤오허는 2022년 4월 한 온라인업체에 취업해 배달 기사로 일하다가 같은 해 7월 식당에 배달 음식을 받으러 가던 도중 넘어져 다쳤습니다. 근로계약서를 쓰지도, 사회보험(한국의 4대 보험에 해당)에 가입하지도 않은 상태였습니다. 샤오허는 노동분쟁조정위원회에 중재를 신청했으나 근로계약서가 없다는 이유로 노동관계를 인정받지 못했고, 이후 소송을 내서 법원이 노동관계를 인정해 회사로부터 보상을 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회사 측이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회사 측은 “회사와 샤오허가 체결한 것은 배달 도급 협의로, 도급 관계가 만들어진 것이지 노동관계가 아니다”라며 “회사는 그를 상대로 노동 관리도 하지 않았으므로 노동관계의 본질적 성격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을 폈습니다. 하지만 중국 법원은 샤오허가 이 업체의 노동자임을 재차 확인하며 회사의 청구를 기각했다고 인민일보는 전했습니다. 중국에선 코로나19 대유행과 높은 청년 실업률 등 요인으로 최근 몇 년 새 배달 노동자가 크게 늘었습니다. 작년 기준 중국 주요 플랫폼 기업에 직·간접적으로 고용된 배달 노동자는 1천200만 명을 넘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국 배달 플랫폼 업체들은 미국 증시에 상장되는 곳이 나올 만큼 몸집을 불렸으나, 하청·재하청으로 노동자를 고용하면서 경쟁을 유도하고 책임을 회피하는 방식으로 비용을 줄이는 한편 음식점들을 쥐어짜 이윤을 확보한다는 비판도 끊이지 않았습니다.[사진 출처 : EPA=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