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죽여야겠다"..시어머니 병간호한 며느리, 아령으로 내려친 시아버지
[파이낸셜뉴스] 아픈 시어머니를 돌본 며느리를 향해 둔기를 휘둘러 살해하려고 한 90대 시아버지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주지법 제12형사부(김도형 부장판사)는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된 A씨(95)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 8월18일 오후 8시17분께 전주 소재의 자택에서 텔레비전을 보고 있던 큰며느리 B씨의 머리를 3㎏짜리 아령으로 여러 차례 내려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조사 결과 A씨는 B씨가 강한 충격으로 잠시 의식을 잃었다가 깨어난 이후에도 "죽어라"고 외치며 목을 조르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의 범행으로 머리뼈에 금이 갈 정도로 크게 다친 B씨는 응급실로 옮겨졌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시어머니 병간호를 위해 범행 며칠 전 시댁에 머물렀는데, A씨는 B씨와 범행 며칠 전부터 대수롭지 않은 문제로 다툰 것으로 전해졌다.
평소 A씨는 B씨가 자신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등 무시한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며, 이 때문에 B씨와 자주 다퉜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당일에도 비슷한 이유로 말다툼이 벌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A씨는 가족과 함께 밥을 먹는 자리에서 "너희만 좋은 쌀로 밥 먹고, 내 건 안 좋은 쌀로 밥을 지었느냐"며 B씨에게 심한 욕설을 내뱉은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이후 며느리에게 "집에서 나가라"고 했고, 이에 B씨가 "아버님이 나가시라"고 되받자 분에 못 이겨 극단적 선택을 결심하고는 극약을 산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음독 전 '이대로 죽으면 내가 왜 죽었는지 알아줄 사람이 없다. 며느리를 먼저 죽여야겠다'고 마음먹고 방 안에 있던 아령을 집어 든 것으로 전해졌다.
A씨의 범행은 다른 가족들이 제지하면서 멈췄고,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A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폭행 사실은 인정했으나 며느리를 살해할 의도는 없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범행에 사용된 도구와 피해자의 부상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A씨에게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자신이 휘두른 아령에 맞은 피고인이 깨어나 도망가려는 상황에서도 범행을 계속했다"고 지적하며 "이러한 점 등에 비춰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할 의사 없이 우발적으로 상해를 가했다고 보긴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어 "사람의 생명은 어떠한 경우에도 보호받아야 할 절대적인 가치로서 살인 범죄는 비록 미수에 그쳤더라도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며 "사소한 다툼에 피해자를 일방적으로 폭행해 그 죄질이 불량한 점, 피해자는 상당한 정신적 충격을 받고 피고인에 대한 두려움을 호소하는 점, 아직까지 용서받지 못한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