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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 공학 전환’ 일단 멈췄지만…후폭풍 몸살 앓는 동덕여대
'남녀공학 전환 논의'를 두고 동덕여자대학교 학생들과 학교의 갈등이 한 달 가까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일단 공학 전환 논의 중단에는 합의했지만, 완전한 갈등 해소까지는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학생들 몰래 남녀 공학 전환 시작"…"공학 전환, 정식 안건 아니야"동덕여대의 남녀 공학 전환 검토 사실이 알려진 건 이달 7일입니다.학생들은 입장문 발표, 단과대별 대자보 게시 등에 이어 지난 11일부턴 '공학 전환 완전 철회'와 '총장직선제' 등을 요구하며 수업 거부와 본관 점거 시위에 돌입했습니다.학생들은 학교가 공지 없이 이미 남녀 공학 전환을 시작했다고 말합니다. 동덕여대 학사 통계에 의하면, 올해 재적학생 수 8,357명 가운데 여학생은 99.9%, 남학생은 0.1%입니다. 올해부터 외국인 전용 학과인 한국어문화전공학과를 신설해 모두 13명이 입학했는데, 이 가운데 6명이 남학생인 겁니다. 작년과 재작년에는 여학생이 100%였습니다.학생들은 '남녀 공학 전환'이 여대의 설립 목적에 반한다고 주장합니다.총학생회는 지난 8일 낸 입장문에서 "알몸남 사태가 불과 6년 전에 일어났다. 우리가 사용하는 강의실에서 남성이 음란행위를 해 세상에 알려진 사건이 바로 우리 대학에서 일어난 것"이라며 "대학 본부는 지금 공학 전환이 아니라 여자대학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여성의 권리 신장을 도모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반면, 학교 측은 아직 남녀공학 전환이 정식 안건이 아니었다고 주장합니다.학교 측은 지난 12일 총장 명의로 낸 입장문에서 "공학 전환은 학교가 일방적으로 추진할 수도 없으며, 구성원들의 의견 수렴과 소통은 반드시 필요한 절차라고 생각한다"며 "아직 정식 안건으로조차 상정되지 않은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교무위원회 이전인 11월 11일 오후부터 학생들의 폭력 사태가 발생했다"고 말했습니다.■"건물 점거에 래커칠…피해 규모 최대 54억 원 추산"학교 건물 점거와 외벽 래커칠로 이어졌던 시위는 지난 21일 대학 측이 공학 전환 논의를 잠정 중단하기로 선언하면서 함께 잠정 중단됐습니다. 또, 총학생회 측은 본관을 제외한 강의실 봉쇄를 해제하고 수업도 재개하기로 했습니다.하지만, 피해 복구 등 풀어야 할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습니다.학교 측은 점거 농성 등에 따른 피해 규모를 24억 원~54억 원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취업박람회 시설물 파손 비용 3억여 원을 총학생회에 요구했지만, 총학생회가 낼 수 없다고 답해 진전이 없는 상태입니다. 또, 학교 측은 학내에 설치된 300여 대의 CCTV 영상 분석을 통해 관련 행위자를 확인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학생들의 본관 점거 철회에 대한 양측의 입장차도 그대로입니다. 이와 관련해 어제 학생들과 학교 측은 3차 면담을 진행했지만,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결렬됐습니다. ■본질인 '공학 전환'은 어디로…'낙인 찍기·젠더 갈등'으로 번져사태가 커지자 외부에서도 여러 말이 나왔습니다.온라인 남초 커뮤니티에선 동덕여대 학생들을 향한 비난과 조롱, 혐오 발언이 이어졌습니다. 학생들에 대한 경찰 신고도 접수됐는데, 학교 측이 아닌 외부에서 제3자에 의한 신고였습니다.겉으로 표출된 단체 행동을 두고, 공공연한 차별적 발언도 이어집니다.고용노동부 산하 기관인 한국산업인력공단의 이우영 이사장은 '동덕여대 출신 학생을 채용에서 걸러내고 싶다'며, '남녀 공학 출신 며느리'와 비교하는 내용의 글을 자신의 SNS에 올렸다가, 논란이 되자 삭제했습니다.'일자리 문화를 선도해 나가겠다'는 산업인력공단의 수장이 법에서 금지하는 고용에서의 특정 대학 출신 배제에 차별적 인식을 공공연하게 밝힌 겁니다.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스스로를 인사팀이라고 밝히며 동덕여대 등 여대 출신을 채용하지 않겠다는 글들이 확산하기도 했습니다.채용 성차별 관련 신고도 잇따르자, 고용노동부는 사실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사실 관계를 먼저 확인한 뒤 법 위반 사항이 확인되면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하겠다는 방침입니다.정치권에서도 갑론을박이 이어졌습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남녀공학으로 전환을 하든 안 하든, 어떤 경우에도 폭력이 용납될 수는 없다"며, "학교의 시설물을 파괴하고 취업박람회장 등을 난장판으로 만들어서 학교에 재산상의 피해를 끼치고 타인의 소중한 기회를 박탈한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 이는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당연한 상식"이라고도 했습니다.하지만 이 같은 한동훈 대표의 발언에 대해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오늘 "(한 대표가) 동덕여대 사태마저 정치적 땔감으로 악용하려한다"며 "이번 사태의 원인은 대학 구성원인 학생들 몰래 남녀공학 전환을 추진한 대학 당국의 ‘비민주성’에 기인한다"고 비판했습니다.대학 울타리를 넘어 온라인 커뮤니티, 정치권까지 번지고 있는 동덕여대 '남녀공학 전환' 논란. 지금 가장 절실히 필요한 건 차별과 혐오, 정치적 갈등보다 학내 문제에 대해 대학구성원들이 민주적으로 소통하고 논의해 적절한 해법을 찾는 일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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