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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테헤란로] 거물 로비스트의 '마지막 행적'
한일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던 지난 2020~2022년 한 거물 로비스트의 생애 거의 마지막 행적에 대한 기록이다. 최고령 취재원이었던 '코리아게이트 주역', 고 박동선 파킹턴 인터내셔널 회장에 대한 얘기다. 한국 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반도체 소재를 볼모로 한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반한, 반일 감정이 극에 달하던 시기의 기록이다. 당시엔 일본 총리 관저와 한국 청와대 간 안보라인은 물론이고 마지막 고리로 불렸던 의회외교조차 사실상 가동되지 못했다. 사실상 대화 단절기였다. 박동선 회장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은 2020년 봄께다. 도쿄특파원 부임 시절 노구를 끌고 도쿄를 찾은 박 회장을 처음 만났다. 당시 여권(더불어민주당) 인사의 "'도와달라'는 요청이 있었다"고 했다. 대화의 끈을 잇고자 민주당 측에서 1980년대 일본의 대미로비 활동에 깊이 관여했던 박 회장을 찾아낸 것이다. 박 회장은 "일본이 로널드 레이건 미국 정부와 무역마찰이 심할 때였던 1980년부터 약 10년간 자민당 정조회장과 외무상을 지낸 아베 신타로(아베 신조 전 총리의 부친)와 함께 일했으며, 아베 신타로 선생으로부터 각별한 신임을 받았다"고 말했다. 한미 양국을 뒤흔들었던 코리아게이트가 수습 국면에 들어간 1979년 5월 그의 워싱턴 인맥을 높이 본 일본 자민당이 일본으로 불러들였고, 그때부터 약 10년간 일본에서 활동했다고 한다. 일본 국적항공사인 ANA항공의 미국 워싱턴 취항도 그의 작품 중 하나다. 한 가지 당부가 있었다. 자신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절대 기사화하지 말아달라"는 요청이었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던 2020년 9월엔 "일본에서 연락을 받고, 입국패스를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막 일본 총리가 됐을 때다. "초선 의원 때부터 알고 지낸 스가 총리 쪽 의원과 만날 예정이며, 스가 총리 관저 외교라인 수장과는 언제라도 만날 수 있는 사이"라고 했다. 박 회장의 방일은 2022년까지 이어졌던 것으로 보인다.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김진표 당시 국회의장과 함께 방일, 일본 의원과의 만남을 주선하는 등 물밑에서 민간외교의 끈을 십분 가용했다고 한다. 한일 관계는 합치될 수 없다는 역사인식 속에서도 화해 무드로 돌입했다. "한국과 얽히고 싶지 않다"던 일본 정재계는 180도 달라진 모습으로 협력을 외치고 있다. 죽창가를 외치던 이쪽도 마찬가지다. 세계 1위 도요타와 3위 현대차그룹 수장이 공개석상에서 경쟁과 협력을 논하고 있다. 그가 별세한 지 두 달이 지났지만,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그의 마지막 숨은 행적에 대한 세간의 기록이 없어서 밤새 3~4년 전 취재수첩을 뒤적이며 끄적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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