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시선] 위기의 극장가, 새로운 돌파구 찾아야
최근 만난 영화관 관계자마다 극장에 관객이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 얘기를 들을 땐 사실 나조차도 영화관을 찾은 게 언제인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얼마 전 평일 저녁 한 영화관을 방문해봤다. 영화 시작 직전 2명이 더 들어와 총 4명이 영화를 관람했다. 극장가가 침체기를 맞고 있다는 소리가 나오는 게 당연했다. 영화 관람객 수는 코로나19 전후로 크게 나뉜다.
실제 관객이 얼마나 줄었는지 살펴봤다.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코로나19 전인 2019년 영화 매출액은 1조9139억8000만원, 관람객은 2억2667만명이었다. 코로나19 첫해인 2020년에는 매출액 5103억7000만원, 관람객 5952만명으로 4분의 1 토막이 났다. 그다음 해에도 비슷했다. 집합금지 기간이 끝났던 2022년에는 매출 1조1602억원, 관람객 1억1280만명으로 2배가량 늘었다.
극장가에서는 코로나19 엔데믹 이후에는 코로나19 이전으로 관람객 수가 돌아갈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이는 희망일 뿐이었다. 2023년, 2024년에도 2022년 매출과 관람객 수는 크게 달라지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매출 감소와 관객 수 급감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는 영화관들의 현실이 단순한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영화산업 전반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내는 징후라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집 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했던 사람들은 넷플릭스와 같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 길들여졌다. 굳이 시간을 들여 영화관에 가지 않아도 보고 싶은 영화를 편하게 집에서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게다가 영화관들이 코로나19 시기에 적자를 만회하고자 영화표 값을 올린 것도 한동안 문제로 떠올랐다.
영화계처럼 산업계에서는 위기를 겪은 사업이 많았다. 예를 들어 필름사진 산업, 비디오 대여점, 유선전화 서비스 등이 있다.
이들 산업도 시장 수요가 감소하면서 수익성이 하락하고 신사업과의 경쟁이 심화됐고, 높은 고정비용을 감당하지 못했다. 문제는 이런 현상이 지속됐을 때 변화하지 못하면 살아남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 중 후지필름의 사례는 고무적이라 할 수 있다. 이 회사는 경쟁사였던 코닥과 달리 과감한 사업의 전환을 실시했다. 필름 기술을 화장품 산업에 접목해 콜라겐 보존기술을 활용한 화장품을 개발하고 의료기기 사업에도 진출했다. X레이 필름기술을 활용한 의료영상장비를 개발한 것이다. 현재 매출액의 43%가 헬스케어 부문에서 나오고 있다.
이제 우리 영화관들도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우선 가수들의 공연 실황 영화를 개봉하고 있다. 지난 2019년 1월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러브 유어셀프 인 서울'이 개봉할 당시만 해도 한 편에 불과했던 공연 실황 영화는 10편을 훌쩍 넘어섰다.
특히 최근 상영을 마친 가수 임영웅의 공연 실황 영화 '임영웅│아임 히어로 더 스타디움'은 개봉 8주차에 누적 관객 수가 34만3000명을 넘기며 역대 공연 실황 영화 누적 관객 수 1위에 올라섰다. 누적 관객 34만2366명으로 기존 공연 실황 흥행 1위였던 BTS의 '러브 유어셀프 인 서울'의 기록을 뛰어넘은 것이다. 물론 수익 측면에서도 성과를 거뒀다. 임영웅은 실황 영화 사상 최초로 100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니치(틈새)시장'으로 시작했지만 새로운 수익모델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또 최근에는 극장가에 재개봉 열풍도 불고 있다. 장르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부터 예술영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노트북' '괴물' '복수는 나의 것' 등이 다시 개봉해 관객들을 찾았다. 옛날 영화이지만 흥행했거나 작품성을 인정받은 작품을 극장에서 다시 보고 싶어 하는 수요가 있기 때문이다.
극장가의 다양한 노력들이 후지필름과 같은 또 다른 성과로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