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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대통령실 추경 언급, 불가피해도 건전재정 기조는 깨지 말아야
[파이낸셜뉴스] 임기 후반에 접어든 윤석열 정부가 내년 중에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심각한 내수 침체에다 주력산업 위축, 미국 트럼프 정부 2기 출범 등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이 어느 해보다 커진 게 배경이다. 그나마 경제를 지탱하는 수출마저 꺾이면 내년 경제성장률 1%대 추락은 현실화된다. 22일 대통령실은 "추경 편성을 포함한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적극적 재정정책 전환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추경이 이뤄지면 내년 예산안 677조원과 별도로 내수 진작과 경제활력 회복을 위한 재정이 더 투입된다. 재정은 국채를 발행해 조달한다. 추경을 한다면 그 시기가 내년 상반기 정도로 예상된다. 대통령실은 시기를 못 박지 않았으나 "연초엔 확정된 예산을 집행하면 된다"고 했다. 다만 내년 예산 심의 중에 나온 '추경'에 건전재정 기조로 증액을 방어하던 당정은 적잖이 당혹해하는 분위기다. 대통령실과 사전조율이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당정은 "추경 편성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며 선을 그었다. 정부는 2022년 5월 출범하자마자 소상공인 코로나 손실 보상 명목으로 한차례 추경을 하고, 이후 한 번도 하지 않았다. 건전재정 기조를 유지하면서 지난해와 올해 80조원 이상의 세수 결손에 적자재정이 지속된 터라 추경 이야기는 꺼내지 못했다. 부족한 재정은 한국은행에서 차입하고 외국환평형기금에서도 끌어다 막았다. 국채도 발행했다. 정부와 여당이 아닌, 대통령실 쪽에서 추경이 언급된 것은 지금 안팎의 경제사정이 어렵고, 내년엔 더할 것이라는 위기감 때문이다. 선거를 앞두고 표심을 잡는 수단으로 활용됐던 추경인데, 내년엔 선거도 없는 해임을 고려하면 더 그렇다. 달리 보면 정부가 실기한 측면도 크다. 실물경제가 침체의 늪에 깊이 빠져들고 있는데도 대통령실과 당정은 "경제가 확실하게 살아나고 있다"며 낙관한 채, 이렇다 할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다. "하반기에 내수가 가시적으로 개선될 것"이라는 경제팀의 전망도 빗나갔다. 지난 4월 총선 전 정부가 쏟아낸 민생 대책들도 국회의 입법 지연과 세수 부족에 상당수가 발이 묶였다. 고물가 탓에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가 늦어졌고, 고환율로 추가 인하 여력도 제한적이다. 재정과 통화정책이 서로 밀고 끌어주며 소비와 내수를 붐업해야 하는데, 지금은 둘 다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것이다. 건전재정 기조 방향을 바꾸지는 말아야 한다. 추경을 위해 국채를 더 발행하면 나랏빚은 내년 1300조원대로 더 늘어나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적자비율 3%'의 재정준칙도 지킬 수 없다. 그럼에도 재정의 경제 마중물 역할을 포기해선 안 된다. 1%대로 성장이 둔화되면 세수는 더 쪼그라들고, 꼭 필요한 미래 인프라 투자와 양극화 해소라는 국정 우선정책을 추진할 수도 없다. 추경이 불가피하다면 적기에 늦지 않게 투입하는 게 가장 효율적이라는 얘기다. 건전재정의 큰 틀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합리적인 추경이어야 한다. 미래 세대를 담보로 낸 빚인 만큼 추경 재정이 허투루 쓰이지 않도록 정교하게 집행해야 함은 말할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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