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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욕 추도식' 사도광산, 한일관계 뇌관 되나
【도쿄=김경민 특파원】 윤석열 정부 들어 크게 개선됐던 한일 관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일본이 약속한 '사도광산 추도식'이 진정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되면서 한국 정부가 전격 불참을 결정, 외교적 긴장이 고조된 것이다. 특히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취임을 한달여 앞둔 상황에서 양국 관계가 냉각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일본 사도광산 추도식 실행위원회는 24일 사도섬 서쪽에 있는 사도시 아이카와개발종합센터에서 사도광산 추도식을 개최했다. 현장에는 일본 중앙정부 대표인 이쿠이나 아키코 외무성 정무관(차관급)을 비롯해 하나즈미 히데요 니가타현 지사, 와타나베 류고 사도시 시장 등 지방자치단체와 민간 단체 관계자가 참석했다. 당초 한국 유족 등 한일 정부 관계자 등이 함께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 대응에 진정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행사 하루 전 불참을 결정했다. 일본 정부 대표로 야스쿠니 신사 참배 이력이 있는 이쿠이나 아키코 외무성 정무관이 참석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참의원(상원) 초선 의원인 그는 2022년 8월 15일 일본 패전일에 태평양전쟁 A급 전범들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 이런 인사가 일제의 강제노역으로 고통받은 조선인 노동자를 추모한다는 점에서 한국 유족 측을 모욕하는 부적절한 처사로 지적됐다. 또 일본측 추도사에 조선인 노동자를 위로하는 내용이 담길지도 불투명했고, 한국 유가족의 추도식 참석 경비를 우리 외교부가 부담하는 것도 문제였다. 일본 언론은 한국 정부가 사도광산 추도식을 하루 앞둔 지난 23일 불참을 결정하자 일본 정부와 지역사회에 당혹감이 확산했다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공식적 유감을 표명하지는 않았지만 내부적으로는 낙담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일본 외무성의 한 간부는 아사히신문에 "일본 측은 성심성의껏 대응해 왔다"며 "심히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또 다른 외무성의 한 간부는 교도통신에 "한국이 국내 여론에 과잉 반응하고 있다"며 불만을 제기했다. 산케이신문은 "윤석열 정권이 일본과의 협력을 중시하는 태도를 유지해 왔지만 역사 문제에서 한국 내 여론의 제약을 받는 모습"이라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 내에서 한국 측 불참 결정과 별개로 이 문제가 장기화해서는 안 된다는 견해가 나온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산케이는 "한국 정부 대응은 국교정상화 60주년을 앞두고 한일 관계 개선 기조에 물뿌리는 움직임"이라면서도 "일본 정부에선 조기에 진정되기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다"고 했다. 교도는 "한국 외교부 당국자가 성의 있는 추도식을 위해 일본 정부와 의사소통을 지속하겠다며 내년 이후 개최될 추도식 참석에 여지를 남겨 뒀다"고 언급했다. 니가타현 사도섬에 있는 사도광산은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노역 현장이다. 지난 7월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한국의 사실상 동의를 얻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했다. 당시 일본은 사도광산에서 강제노역을 당한 조선인을 포함한 모든 희생자를 위해 매년 추도 행사를 개최하기로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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