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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유감’이라는데 뒤통수 맞고도 ‘묵묵’…외교참사 비판에도 “관계발전 계속”
어제 열린 '사도광산 추도식'에 한국이 불참한 것과 관련해 일본 정부가 유감의 뜻을 밝혔습니다. 일본 정부 대변인 격인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오늘(25일) 기자회견에서 "한국 측이 추도식에 참가하지 않은 것은 유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하야시 장관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이력이 있는 이쿠이나 아키코 정무관의 추도식 파견에 대해서도 "문제는 없었다"고 못 박았습니다. ■ 유네스코 등재 과정부터 예견됐는데…"결국 약속 안 지켰다" 한국이 추도식 불참을 결정한 건, 추도식을 대하는 일본의 태도 때문이었습니다.한국이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등재에 동의해 주면서 일본이 약속했던 추도식이었습니다. 하지만 일본의 태도는 처음부터 진정성이 있다고 보기 어려웠습니다. 사도광산 강제 동원 피해자 유족을 초청하면서도 정작 유족 초청 비용은 우리 정부가 부담하게 했습니다. 행사 날짜도 결정하지 않은 채 시간을 끌었고, 행사 내용에 대해서는 사전에 충분히 공유하지 않았습니다.행사는 일본 중앙 정부가 아닌 현지 지방자치단체와 시민단체가 주도하도록 했습니다. 우리 정부가 차관급 정부 인사의 참석을 끝까지 요청해 받아냈는데, 정작 일본이 보낸 인물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이력이 있는 극우 정치인 출신 이쿠이나 아키코 정무관이었습니다.결정적으로 일본이 준비한 추도사에는 '강제동원' '강제징용'이란 '강제성'에 대한 언급이 끝끝내 빠졌습니다.사도광산 유네스코 등재 찬성 때, 일본이 과거 '군함도' 때처럼 뒤통수를 칠 거란 우려가 계속 제기됐지만 우리 정부는 그럴 일 없다고 적극적으로 일본을 옹호했습니다. 일본이 '강제성'을 인정했으며, 군함도 때와는 달리 일본이 강제동원 관련 전시물 설치와 추도식 매년 개최를 합의했다는 겁니다.그런데 정작 현장에 설치된 전시물은 기대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었고, 기대를 걸었던 추도식마저 결국 파행이 됐습니다. '외교 참사'란 비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 일본은 한국에 '유감'이라는데…뒤통수 맞고도 '묵묵'그러나 우리 정부는 정작 일본에 공식적으로 유감 표명을 하지 않았습니다.그제(23일) 전격적으로 추도식 불참을 결정하면서도 "양국 외교당국 간 이견을 해소하기에 시간이 충분하지 않고, 행사 전에 양측이 합의에 도달하기 어려웠다" 라고만 했습니다. 협의할 시간이 부족해서 그랬다는 취지인데, 오래전 결정된 행사 내용에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고도 시간 탓을 하는 건 '무능'이란 지적이 나옵니다.우리 정부는 이후 별도 추도식 개최를 밝히며 "과거사에 대해 일본 측과 타협하지 않겠다는 우리 정부의 확고한 의지의 표현"이라고 했습니다. 과거사와 관련해서 그동안 많은 양보를 이어왔던 윤석열 정부의 기조에 비춰보면, 전향적인 표현이긴 합니다.정부는 그러면서 "이러한 원칙을 바탕으로, 한일 양국 모두의 이익에 부합하는 양국 관계 발전을 위해 계속 노력해 나가고자 한다"고 밝혔습니다. 과거사와 별개로 한일 양국 관계 개선 흐름은 이어가겠다는 취지로 읽힙니다. ■ 조태열 장관, G7서 일본 외무상 만나나…2차관이 국내 상황 총괄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현재 이탈리아 피우지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회의 참석을 위해 이탈리아에 머물고 있습니다. 일본도 G7 회원국이기 때문에 이와야 다케시 일본 외무상도 참석했는데, 조 장관이 일본 외무상을 만나 우리 정부의 항의의 뜻을 전달할 거로 보입니다.외교부 당국자는 한일 외교장관회담 가능성에 대해 "어떤 형태로든지 현장에서 볼 기회가 있지 않을까"라면서 "정식 양자 회담 개최 여부는 아직 확정됐다고 들은 바는 없다"고 말했습니다.조태열 장관의 빈자리를 대신해 현재 강인선 외교부 2차관이 사도광산 추도식 문제와 이후의 행보에 대해 총괄하고 있습니다. 강 차관이 우리 정부의 입장과 진행 상황에 대해 브리핑했으면 좋겠다고 외교부 출입기자단이 뜻을 전달했지만, 오늘 추가 브리핑이나 입장 발표는 없을 거로 보입니다.■ 추도식 매년 개최 약속…해마다 이렇게 따로 개최? 아직 해소되지 않은 문제들이 많이 있습니다. 먼저 이쿠이나 정무관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와 관련해서 양국은 진실 공방을 벌이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는 교도통신 등 보도를 참고해 이쿠이나 정무관이 2022년 7월 참의원에 당선된 뒤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한 거로 보고 있는데, 일본은 그런 일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해당 기사가 오보라는 건지 충분한 설명이 없는 상황입니다.또 내년에도 이런 방식으로 추도식을 열겠다는 건지, 정리가 필요합니다. 매년 열리는 추도식이 이런 모양새라면 한국은 정말 '굴욕 외교'를 했다고 밖에 볼 수 없는 상황입니다.아울러 일본이 약속을 이행하지 않은 문제를 유네스코에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할지에 대해서도 검토해야 합니다. 우리 정부는 이 문제는 신중히 접근하겠다는 입장입니다. ■ "굴욕외교 비판에도 기다렸는데"…대일 외교기조 선회할까 그동안 우리 정부는 '일본의 마음'을 중요시하면서, '물잔의 반'을 먼저 채우고 관계 개선을 도모해 왔습니다. 일본이 진정성 있는 태도로 나머지 물잔을 채워줄 거란 믿음 때문이었습니다. 굴욕 외교, 퍼주기 외교라는 비판이 계속 이어졌지만, 한일 관계 개선이란 '대의'를 위해 양보할 수 있는 부분은 양보한다는 기조였습니다.하지만 일본이 이번 추도식 준비 과정에서, 일종의 '레드라인'을 넘어섰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외교부가 막판에 전격적으로 불참을 결정한 것도 일본 정부가 이 선을 넘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겁니다. 내년 한일 수교 60주년을 맞아 획기적인 관계 개선을 도모하고자 했던 정부는 추도식 불참을 결정하고도, 아직 결정 과정과 이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데 소극적인 태도입니다. 이제는 대일 외교 기조를 바꿔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커지는 가운데, 우리 정부의 대응이 어떻게 나올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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